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2-09-29 06:02 (목)
이동을 마친 그들은 구호 소리에 맞춰 한줄에 모여섰다
상태바
이동을 마친 그들은 구호 소리에 맞춰 한줄에 모여섰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2.17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멀리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행기 소리와는 다른 소음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한 무리의 군대가 급히 그쪽으로 이동했다. 이동을 마친 그들은 구호 소리에 맞춰 한 줄로 모여섰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잘 훈련된 군인들이었다.

그 앞으로 커다란 군용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광장의 구석에 있던 군인들이 순식간에 차 쪽으로 이동했다.

박자를 맞춰 군가를 부르면 씩씩하게 달려나갔다. 그들이 가고 나면 광장에 작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하나 둘 숫자를 외치며 군인들은 대기한 트럭에 올라탔다.

한 사람이 타고 오르자 나머지 사람들이 똑같은 동작으로 줄지어 올라탔다. 짐칸은 어느새 군인들로 꽉 채워졌다.

차 한 대가 채워지면 그 차는 바로 떠났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다른 군인들이 앞쪽에 세워져 있는 차로 빠르게움직였다.

그리고 같은 동작으로 차로 올랐다. 군인들이 차에 오를수록 광장에 있던 군대의 숫자는 점차 줄어 들어들었다.

점례는 뭐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조선의 끝인 신의주에 도착한 것은 알겠는데 이곳이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를 태우고 왔던 사람은 군인들에게 인계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가기 전에 점례 일행에게 어디로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가서 무슨 일을 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다들 그것이 궁금했으나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위해 잠시 머물고 있는 이곳을 점례는 둘러봤다.

역의 건물들,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서양식 건물과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점례의 눈에 들어왔다.

점례는 벌써 집이 그리웠다. 가난했어도 용희와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이 아늑한 옛일이 되었다. 불과 이 삼일이 수년의 세월이 지난 것처럼 기억 속에서 멀어져갔다.

용희는 어디로 갔을까, 이런 생각은 한가했다. 그럴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군인들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호각을 불어댔다. 점례 일행은 물고기 떼처럼 어부가 모는 그물 쪽으로 몰려들었다.

그 사이 괴물처럼 생긴 커다란 트럭이 점례가 모인 대열 앞에 멈춰섰다. 트럭은 앞선 군인들이 간 곳으로 따라붙기 위해 서둘렀다. 트럭이 거의 빠져 나간 광장은 비다시피 했다.

그 많던 군인들이 사라지고 오가는 행인들만이 한쪽으로 비켜서서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다. 그들은 급한 일이 있는지 서둘렀다.

그 사이 점례 일행 가운데 일부는 혼란한 틈을 타 트럭에 타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 쳤다. 또 다른 일부는 군인의 눈을 피해 역사 안으로 도망갔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냥 그대로 서 있었다.

행여 군인들에게 책잡혀 망신을 당할까 두려웠다. 군인들이 다 타고 남은 점례 일행이 마지막으로 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차는 높아서 빨리 타라고 고함을 질러도 쉽지 않았다.

급하게 소리지르던 군인 한 명이 덥석 점례를 안아 들어 올렸다. 점례는 놀라 기겁을 했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이미 올라탄 일행 가운데 한 명이 손을 뻗어 점례의 손을 잡았다. 점례는 자신의 몸이 긁히는 것도 모르고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보따리에만 신경썼다. 소란이 그치고 대열이 정비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