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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직전 환자에 ‘숙고시간’ 안줬다면 ‘설명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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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직전 환자에 ‘숙고시간’ 안줬다면 ‘설명의무 위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2.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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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험성 충분히 숙고 못했을 가능성 있다” 파기 환송
의협, 법률상 요건 확대해석으로 의료진 책임 인정 ‘부당’
▲ 수술에 대한 부작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더라도, ‘숙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판결이 내려지자, 의협에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 수술에 대한 부작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더라도, ‘숙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판결이 내려지자, 의협에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수술에 대한 부작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더라도, ‘숙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판결이 내려지자, 의협에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요통과 근력저하로 인해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6월경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에 입원했고, 추체간 유합술, 인공디스크 치환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을 받게 된 날, C병원 내과의사는 A씨의 경동맥 등을 검사한 뒤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A씨의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이후 약 40분 뒤, 의료진은 A시에게 수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후 A씨는 자발적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됐다. CT검사를 해보니 뇌경색이 발생됐고, 인근 병원으로 전원됐다.

현재 A씨는 뇌경색에 따른 좌측 편마비가 있어 모든 생활을 하는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인지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 대소변 조절과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이에 A씨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 2심 재판부는 “C병원 의사들이 이 사건 수술을 결정하고 시행하는 것에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수술을 하는 과정이나 수술을 마친 다음 A시의 상태에 관한 경과관찰을 게을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술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수원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에게 행해진 수술의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없지만, 설명의무 위반은 원심이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C병원의 내과의사는 오전 10시 30분 경 A씨의 보호자에게 A씨가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정을 설명했다”며 “C병원 마취과 의사는 같은 날 11시 10분 경 수술을 위한 마취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로서는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자신에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수술에 관한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에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A씨가 수술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으로, A씨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C병원 의사들에게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워는 “원심으로서는 C병원 의사들의 설명과 이 사건 수술 사이에 적절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지, A씨가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는지를 심리해 설명의무가 이행됐는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의사들이 수술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의사의 설명의무 이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의료인 설명의무에 관한 의료법상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요건의 확대 해석을 통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협은 “의료현장에서 관행상 인정돼 오던 설명의무를 의료법에 명문화한 것은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명확히 하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설명의무자인 의료진이 법문상 규정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한 경우,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해 설명의무의 무한한 확대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의료법 제24조의2에 의사 등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하위법령에서 설명의 방법,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 

의협은 “해당 조문에는 설명의 대상ㆍ방식ㆍ내용에 대해 열거돼 있을 뿐이므로, 설명의무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요건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족하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은 법문을 확대 해석해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요건인 ‘설명의 시간적 한계’를 추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에 하나 설명의 시간적 한계를 설정하고자 한다면, 환자의 알권리나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시기를 시간적 한계로 삼아야 하지만, 대법원은 아무런 기준의 설시없이 이번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의료현장에 그것도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이나 위험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현장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7년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물었던 법원의 판결과는 상충되는 것으로, 수술 시기 결정에 있어서 현장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는 이중잣대식 판결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료진이 의료법에 따른 설명의무를 모두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의 정황에 따라 설명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에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안정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위험성이 있는 수술 등을 기피하도록 하는 방어진료를 부추겨 결국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재차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환송된 사건을 심리하게 될 법원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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