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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결제 투약환자 사망사건 관련 의사들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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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결제 투약환자 사망사건 관련 의사들 ‘집행유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1.1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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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투약은 전문가 판단"..주의의무 소홀 인정
의협 "큰 선례로 남을 중요판 판결"...“아쉬움 남는다”
▲ 2년 전 의사의 법정구속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던 장정결제 투약환자 사망사건의 2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의사들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2년 전 의사의 법정구속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던 장정결제 투약환자 사망사건의 2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의사들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년 전 의사의 법정구속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던 장정결제 투약환자 사망사건의 2심에서 재판부가 의사들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3일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교수 A씨와 전공의 B씨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A씨에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B씨에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 2020년 9월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교수 A씨와 전공의 B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큰 논란이 야기됐다.

주치의인 A교수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고, B전공의에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의료진들은 환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하고, 장폐색이 아니거나 부분 장폐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세척제는 고령자 등에서 신중하게 투약돼야 한다”며 “장세척제 투약에 의한 업무상과실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했으며,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당시 최대집 회장의 주도 하에 지난 2020년 9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이날 저녁에는 서울 구치소 앞에서 철야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사건은 현재 의협회장이 이필수 회장과도 인연이 깊은데, 당시 의협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이었던 이필수 회장은 서울중앙지법ㆍ대법원ㆍ서울구치소 등에서 4차례에 걸쳐 동료의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외에 전라남도의사회ㆍ대한개원의협의회ㆍ서울특별시의사회ㆍ대한전공의협의회ㆍ전국의사총연합 등도 연이어 성명을 내고 법정구속을 비판했다. 전 의료계가 법정구속을 규탄하는 가운데 법원은 지난 11월 2일 해당 의사를 법정구속된 이후 54일만에 보석허가를 받아들여, 2심 재판은 피고인이 불구속인 상태에서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B씨에겐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먼저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대장내시경을 하기로 하고, 그 전제로 장정결제를 투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문가인 의사의 판단이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쉽기는 하지만 영상진단 결과보다 피고인들의 임상진단 결과를 중시, 대장내시경을 즉시 시행하고, 그 전제로 장정결제를 투여하기로 한 것은 전문가인 의사로 충분히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장정결제 투여 과정에서의 조치가 소홀한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장정결제를 투여하기로 했다면 제약회사의 약품 사용 설명서를 참고하고, 약품을 소량으로 나눠 장기간 시간을 두고 투약,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다 즉시 조치했어야 했는데, 이런 흔적이 없다”며 “진료기록부도 허술하게 기록됐는데, 이를 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상태를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해 주의 깊게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직인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소홀히 다루는 지도 의문으로, 일반적인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고령에, 장폐색 소견이 있었고 피고인들은 전문 직업인에 B씨는 레지던트 신분으로 배우는 입장이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형을 정함에 있어 실형을 선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판시했다.

1심의 법정구속은 아니지만 2심에서도 형이 줄어들지 않고, 집행유예만 선고된 점에 대해 의협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판결이 의료계의 큰 선례로 남을 수 있기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은 “환자들은 같은 치료에도 각기 다른 반응을 나타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임상의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며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나 치료 결과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이러한 선례로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는 법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우선시 되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며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고령화시대로 가고 있다”며 “악의적 고의성이 없으나 단지 치료결과에 따른 형사처벌의 선례는 기저질환이 많고 생명이 위태로운 고령 환자 진료에서 위험도가 높은 시술의 기피나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고의적으로 잘못했거나, 환자를 해할 의도가 없었음에도 형사판결의 이러한 선례에 대해 진심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치료의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소신진료는 점점 사라지고 우리 의료는 심각하게 퇴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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