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08:54 (목)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직역간 다툼은 여전
상태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직역간 다툼은 여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27 0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호법 둘러싼 의협-간협 갈등, 한방재택치료로 의-한 갈등도 촉발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건의료직역간의 갈등과 다툼은 여전했다. 70년 숙원을 담은 간호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간호계가 충돌했고, 최근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두고 의ㆍ한 갈등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간호법이 국회에 상정됐다는 소식에 간협을 제외한 다른 보건의료단체에선 일제히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단체들은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안이 의료법체계를 벗어날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져오고,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할 경우 진료권을 침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간호협회 등은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면서 국회앞에서 궐기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간호법이 간호계와 타 보건의료 직역 간의 갈등 양상으로 불거지자, 국회에서도 부담을 느꼈는지, 직역단체간 합의를 복지부에 주문하면서 개정안 통과를 보류시킨 상황이다.

이에 간협은 릴레이 1인시위, 국회 수요집회 등 연내 임시국회 개최 및 간호법 제정 통과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간협은 지난 12월 1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8일부터는 매주 수요일, 국회와 국회의사당역 주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당사 앞에 산발해 수요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세 번째 수요 집회를 열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 간호사들의 모습을 담은 ‘현장 사진전’을 개최, 간호사들의 헌신을 강조했다.

신경림 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간호사를 코로나와 맞서 싸운 영웅들이라 칭찬만할 뿐 간호사에 대한 낮은 처우와 높은 업무강도는 바뀐 게 없다. 간호사들은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다”며 “보건소에서 또 의료기관에서 아까운 목숨을 버린 간호사의 소식을 들으며 간호사들은 이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목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간호법 제정은 초고령사회 및 신종감염병 대유행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민생법안”이라며 “여야3당이 합의한 간호법은 12월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선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성명서가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부산광역시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대구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등에서 간호법 제정을 규탄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이 발표됐다.

또한 지난 19일 의협 임시총회에선 결의문을 통해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 수립과 함께 간호법과 특사경 법안의 즉각 폐기를 주문하면서 끝나지 않은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건의료직역간의 갈등과 다툼은 여전했다. 70년 숙원을 담은 간호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간호계가 충돌했고, 최근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두고 의ㆍ한 갈등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 코로나19 5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건의료직역간의 갈등과 다툼은 여전했다. 70년 숙원을 담은 간호법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간호계가 충돌했고, 최근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두고 의ㆍ한 갈등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해묵은 갈등도 촉발됐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대한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개설ㆍ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의협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의 진료를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한 것.

한의협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미 대구와 경북의 코로나19 위기 사태에서 자발적으로 한의전화 진료센터를 운영해 온 바 있다. 당시 한의협은 2020년 3월 31일부터 협회 회관 5층을 진료센터로 확대ㆍ개설해 자원봉사 한의사들과 한의대생을 중심으로 생활치료센터 내 확진자,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전화 진료 및 30여 종의 한약을 처방한 바 있다.

이후, 한의협은 지난 22일부터 새롭게 구성한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를 운영, ▲경증 자가 격리자 및 생활치료센터 격리자 ▲회복기 환자 ▲무증상 환자 ▲퇴원 또는 자가격리 해제자 ▲한약투약이 가능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국가적 재난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고, 언론에선 의료인력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엄중한 시기임에도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로 한의사라는 우수한 의료자원은 국가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의사들이 대구ㆍ경북으로 자원하겠다고 했으나 한의사 투입하면 진료현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로 인해 정부는 눈치를 보며 한의사 투입을 중지했다”며 “한의사들은 정부의 결단을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 여러분의 건강 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의협과 서울시의사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반발했다.

특히 지난 13일 ‘코로나19 재택치료관리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을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택치료 모델을 마련한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성명을 통해 ‘검증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위중증 병상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 서울시청 및 유관 단체들과 힘을 합해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한의협의 코로나19 비대면 진료 운운하는 소식을 접하게 돼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코로나19 환자들은 약물 상호 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약물 오남용 우려가 매우 높아 성분을 알 수 없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며 “의료인으로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한의 진료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한의협의 회견문 내용을 보면, 코로나 확진 환자 증상에 따른 맞춤치료와 처방을 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며, 청폐배독탕과 마행감석탕, 오령산, 소시호탕, 사간마황탕, 곽향정기산 등의 한약처방이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키고, 중국 등지에서 다수의 연구논문과 임상결과가 발표되고 있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한특위는 “이미 지난 2020년 한의협은 코로나19 치료를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한약(청폐배독탕)에 대한 보험급여 승인을 요청하였다가 많은 비판을 받고 실패한 전력이 있다”며 “코로나19 환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한의진료를 시행하는 데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특위는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자국의 코로나19 환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한약을 복용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에 중의사들을 진출시키고 한약을 원조하는 등 한의학 장려를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며 “이러한 중국의 행태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BBC, CNN, 뉴욕 타임즈, 과학학술지 네이처, 의학학술지 란셋 등으로부터 비판 받았고, 미국 식품의약국은 작년 7월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산 한약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 업체들에 경고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약이 코로나19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들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 의학계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데, 이에 환호하며 따라하자는 집단은 우리나라의 한의사들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한특위의 설명이다.

한특위는 “의협은 사명감으로 코로나19 사태 내내 기꺼이 고난을 감수했고 지금도 현장에서는 많은 의료진이 고군분투를 해오고 있다”며 “최근 하루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선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근거라고는 기껏해야 중국산 자료 일색인 탕약으로 치료하겠다는 한의협의 주장은 위험하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의료계의 효과성 문제 제기에 서울시한의사회는 “이번 코로나19 한의진료접수센터 운영의 결과를 취합 정리하여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줄 것을 한의협에 요구할 것”이라며 “국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한의 진료 효과를 전 세계에 알리길 염원하며, 모든 자원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한의사회는 특히 의협을 향해 “한의협과 한의사의 선의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거짓 선동을 즉각 멈춰라”며 “의료인력이 소진되어 가고 국민의 고통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이때, 누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진짜 위험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비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