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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지연 이유로 외과의사에 실형 선고, 의료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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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지연 이유로 외과의사에 실형 선고, 의료계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2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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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폐색환자 수술지연 악결과로 집행유예 선고...의협 등 성명 통해 강력 비판
▲ 최근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 최근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최근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하여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하여 소장을 절제하였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하여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재판부는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었다”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지자, 의료계 내에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술 여부에 대한 현장판단의 재량권을 무시하고, 치료과정에서 악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의사에게 전가한다면, 결국 의사의 소신진료를 축소시키고 방어진료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의사단체들은 해당 판결에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줄지어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4일 성명을 통해 환자의 악결과 발생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전하고 환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이와 별개로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수술 여부 및 그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직접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으므로 현장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학적 원칙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 사건에만 국한하여 보더라도, 환자와 의사가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사후에 그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의협은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협은 “현재에도 외과 등 필수의료과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어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경시하고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이러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의사의 소신진료가 위축되고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다”며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의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더욱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설 것을 적극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의협뿐만 아니라 지역 및 직역의사회의 성명도 이어졌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 뿐안 아니라 최근 거듭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로 인해 생명을 다루는 급박한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비단 외과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 등 내과 환자에 있어서도 단지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는 이유로 치료 시기와 방법의 결정에 있어 의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형사적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과연 누가 생명을 다루는 의업에 종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선의로 행한 의료 행위, 특히 중환자를 돌보며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가혹한 판결이 이어진다면, 의료인들을 위축시켜 의료공급의 왜곡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의료사고에 대해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처벌하는 방식을 지양해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서울시의사회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 복수 의료감정이 필요한 것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앞으로 판단에 있어서는 신중한 판결을 내려주길 희망하는 동시에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도 의료행위의 결과를 일반적 범죄행위와 같은 선상에서 판단한 법원의 판결에 우려를 표했다.

대개협은 “의학적인 판단에 있어서 의학 이외의 것들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의료현장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연속되는 극한 상황의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의를 수호하려는 목적의 형법이라는 그릇에 담기 어려운 이질적인 것인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대개협은 “외국의 경우 환자의 치료를 위한 적법한 절차를 통한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하여는 형법 판결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그렇다. 분명 운전자 과실의 교통사고와는 그 결이 다르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행위의 결과에 대한 형법의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의 판단을 의료의 고유성이라고 친다면 이것이 유지돼야 최적의 의료가 실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또, “의료의 고유성이 사법, 정치, 경제, 기타 어떠한 이유로 변형된다면 이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낳을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게 된다”며 “이번 소장폐색 수술 지연과 관계된 형법의 판단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고유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거듭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임익강)는 “의료행위 도중 불가피하게 상해와 유사한 인체 침습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위는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기에 지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법원의 판단을 비판했다.

외과의사회는 “복강 내에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그리고 장유착과 같은 합병증은 일반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며 “당시 상황을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해 의사를 단죄하면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고,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과의사회의 주장이다.

외과의사회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형사처벌하는 문화, 검찰ㆍ경찰의 강압적인 수사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는 “복강 내에 발생한 출혈이나 천공 그리고 장유착과 같은 합병증은 일반적인 검사 방법으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며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당연히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방어진료 및 개복수술의 남발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게 정형외과의사회의 설명이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도 결과가 나쁠 경우 과실 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됨으로써 의사의 소신 진료가 위축되고 가뜩이나 어려운 필수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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