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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위기 봉착한 응급실, 현실적 대책ㆍ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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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위기 봉착한 응급실, 현실적 대책ㆍ지원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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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전문가 좌담회 개최..."최전방 붕괴" 경고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으로 7000명을 넘기고, 위중증환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의료현장의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면서 응급실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말 그대로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에 따르면, 12월 2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총 5202명이며, 위중증 환자는 1022명이고, 어제 신규 사망자는 52명이다.

병상가동률은 일반병상은 1만 3162병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가용병상은 3914병상으로 가동률은 70.3%였고, 중환자 병상은 1337병상 중 258병상이 가용병상으로, 가동률은 80.7%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 마련 등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겸대변인이 참여했다.

▲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마련 등을 주제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겸대변인이 참석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 마련 등을 주제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겸대변인이 참석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응급의료 상황에 대해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최석재 홍보이사는 소속 병원의 사례를 들었다. 최 이사가 소속된 병원은 본래 코로나 병동이 없던 수원에 있는 중소병원인데, 코로나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병상을 확보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병상을 증축하게 됐다.

그는 “증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문의전화가 왔고, 완성한 후 병상 허가를 받지도 못했는데도 오픈 첫날부터 환자를 받아야 했다”며 “처음 온 환자는 용인에 사는 90대 노인이었는데, 우리 병원과는 30km 정도 떨어져 있었음에도 이곳이 아니면 지방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허가 받을 시간도 없이 환자를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이형민 회장은 “위드 코로나 이후, 언론에서 의료현장ㆍ응급현장 붕괴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그보다는 재난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교과서적으로 의료역량을 초과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료적인 재난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 2년을 지나오면서 재난상황에 돌입했고, 한계에 달한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넘쳐흐르게 됐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현장 응급 의료진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좌절감, 위기의식은 언론보도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병원으로 오는 ‘입구’ 역할을 하는 응급실이지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고, 중환자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환자들이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수현 대변인은 “코로나19 접촉력이 있고 열이 있는 아이였는데, 1시간 동안 병원을 찾아 헤매다가 응급실에 온 적이 있다”며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환아는 심폐소생술을 했고, 다행히 회복됐지만 병상배정이 안 돼서 응급실에 있다가 퇴원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심폐소생술을 했던 아이이기 때문에 퇴원시키면서 걱정하긴 했지만 이 아이가 응급실에 체류되고 있으면 다른 환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을 했다”며 “위중증환자가 늘고 있고 중환자실이 포화되니까 응급실에 체류하면서 치료해야 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관문’이어야 할 응급실이 ‘치료’의 공간으로 쓰이면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19 환자나 발열 환자,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서 응급실 입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코로나 환자나 발열환자, 호흡기 질환을 가진 환자 뿐만 아니라 응급실에 입실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30분~1시간에서 길게는 2~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결과적으로는 인력과 시설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응급실 입실을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의료진들이나 접수하는 분들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응급실 의료진이 이런 부담까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석재 이사는 “현재 응급의료는 정체된 도로 같은 상황이다. 앞에 있는 차가 잘 빠져나가고, 뒤에 있는 차들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며 “119부터 원거리 이송을 해야 해서 다른 환자를 이송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응급실에서 음압격리실이 차 있으면 받지 못하는 상황, 중환자실이 서울, 경기권이 95%를 넘어서는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코로나 환자와 코로나 의심환자를 포함해서 모든 응급실 진료가 정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PCR검사를 하는 병원이라면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그 외에 직접 PCR검사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는 18시간에서 24시간까지도 걸린다”며 “그러다 보니 한 번 음압병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결과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적인 업무도 응급현장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행정적인 업무가 늘어나고 복잡해졌다”며 “코로나 양성 환자가 나오게 되면 병원 내 감염관리실과 지역 보건소, 방역 택시, 이송 업체 등 전화업무만 2~3시간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전화에 매달려 있으면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줄어든다”며 “특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사망하게 되거나, 사망 상태로 오는 분이 코로나19 양성이 되면 정말 복잡해진다. 이럴 경우 행정업무로 많은 시간을 써야 했는데,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응급현장에 발생한 재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의료인력 공백을 메울 추가 인력 파견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석재 이사는 “추가적 인력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인데, 간호사들의 사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처음에 16명이었다가 지금 9명”이라며 “응급실은 확진 환자를 보지 않지만, 확진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환자들을 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응급실에서 델타변이로 양성이 많이 나오는데, 장염이나 교통사고 환자로 내원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최 이사는 “의료진 노출 문제도 심각한데,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 환자가 들어왔고, 급한 상황이기에 방호복도 입지 못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이후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왔다. 그 중 전공의 한 분은 중환자실까지 갈 정도로 위험에 빠졌었다”고 전했다.

이형민 회장은 “요즘 코로나19 환자들이 2~3일 이상씩 응급실에 누워있기 때문에 응급실로 환자 식사가 올라오는데, 이런 일은 지난 16년간 근무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응급실에 환자 재실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응급실이 코로나 노출로 격리됐다고 해서 병원 차원의 인력지원이나 추가보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양성이 나온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가 된다. 인력이 빠져나가면 대체할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결국 커버를 해야 해서 부담감은 더 커진다”며 “특히 코로나19 무증상 비율이 20~30%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예상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필수과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인기과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초창기부터 코로나19와 싸워 온 대구경북 지역의 응급의학 전공의들이 거의 지원을 안 했다는 것을 듣고, 그만큼 코로나19로 의료진이 느끼는 위험성이나 피로도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재난 상황의 응급실,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응급실을 비울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박수현 대변인은 “재택치료자에 대해 가벼운 의료요구는 재택치료자를 위한 단기치료센터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이나 분만, 투석 등은 전담병원을 지정해 해결해야 한다”며 “확진자를 위한 특정 격리실이 아니라 하나의 센터에 모아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응급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 센터로 바로 보내서 그 안에서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하고, 재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환자들은 재택으로 다시 보내줘야 한다”며 “보건소나 지역이랑 연계를 하고, 또 중환자실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 컨트롤타워와 연결이 돼서 이송ㆍ배정 등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이 비어있지 않으면 응급환자를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응급실은 비워야 한다”며 “일반 환자들이 같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로, 병원에 입원한 분들은 일반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와 동선을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석재 이사는 “병원별로 병상확보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정부의 요청에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어서 병원장들도 고민이 클 것”이라며 “환자가 올 때 어떻게 동선을 나눌 것인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 층을 병동으로 만들면 나머지 환자들의 안전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스템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도 입주하게 되는데 생활치료센터의 진료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요양병원에서 오는 환자의 경우는 요양병원에서 먼저 코로나 PCR검사나 엑스퍼트검사를 해서 음성 확인을 하고 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코로나19 전담병동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접하는 곳이 응급실이다. 예기치 못하게 확진이 발생해 더욱 위험하다”며 “재택치료 상황이 악화됐을 때 응급실로 가라는 식의 무책임한 안내만 한다면 응급실 의료진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므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재난대응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석재 이사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있어야 한다”며 “일종의 재난대응팀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이 따로 준비돼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에 장애를 주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하고 있다”며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결국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의 상황은 엄중하기 때문에,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백서를 만들거나 분석이 없으면 향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를 잃는 것은 의료진들에게는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응급실이 무너지면 최전방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응급실은 골든타임이 있는 곳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보다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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