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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6 12:27 (화)
어제 일어난 일은 오늘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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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어난 일은 오늘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2.20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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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확실히 그랬다. 다르지 않다고 한 것은 오산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됐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어제 일어난 일은 오늘 일상을 바꿔 놓았다.

그 시간은 짧았으나 아래로부터 무언가가 확실히 감지됐다. 먹었던 음식이 조금씩 조금씩 목구멍을 타고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트림 같은 기분 나쁜 것이었다. 확실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한 마디로 슬픔이었다. 있었던 소중한 것이 사라졌을 때 받는 허전한 기분이었다.

성일은 손바닥을 펴보았다.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빈손이었다. 그 순간 성일은 어떤 복받치는 것이 있어 울컥했다. 그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았다.

흐르는 눈물로는 부족했다. 붙잡고 통곡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차라리 아무 데나 대고 소리라고 질러야 했다. 지나는 사람은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듯이 한 대 쳐야 했다.

그러나 대개는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몰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텔레비전에서는 용기있는 몇몇 사람들이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하는 모습을 비췄다.

그들 중 일부는 손을 들고 아래로 내리치면서 울부짖었다. 박자를 맞추듯이 곡소리와 상체가 흔들리는 모습이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자주 본 사람들은 따라서 그렇게 하기도 했다. 마이크 앞에서 어떤 부인은 세 살 먹은 코흘리개 아이가 뺏긴 사탕이 서러워 울들이 하염없이 울면서 아이고 우리 아버지, 하고 소리 질렀다.

많은 사람들이 막 저물어 해지는 가을 강변의 갈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맞춰 흔들렸다.

그런 분위기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아직 덜 전염된 곳을 찾아 스펀지처럼 스며들었다. 온 나라가 이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라고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성일의 몸이 가벼울 리 없었다. 성일은 빠르게 걷는다고 했으나 더딘 걸음이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버거웠다.

맞바람을 받으며 태풍과 맞서는 격이었다. 그도 울고 싶었다. 그러기라도 하면 속 시원하겠다. 그런데 웬일인지 울컥거리는 마음은 있어도 눈물을 흘러내리지 않았다.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다. 어떤 때는 내려갔다가 또 어떤 때는 갑자기 두근거림이 심해졌다. 그 때는 벌컥거림이 언덕에서 쿨럭거리는 자동차 엔진처럼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위태로웠다.

이런 때는 울어야 한다. 대책이 그것밖에 없다. 시원하게 뭉친 것을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출 필요는 없다. 움직이면서 하는 슬픔이 더 깊고 오래가는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성일은 실제로 울었다. 바로 눈물 한 방울이 찔끔 흘러내렸다. 한번 시작하자 눈물은 이미 그어놓은 줄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우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성일은 간혹 그렇게 울었다.

어린 시절 성일은 울음을 달고 다녔다. 울보 별명은 저절로 따라왔다. 누가 뭐라고 하거나 꾸짖는 시늉만 해도 눈물이 금새 볼을 탔다.

이 순간 하염없이 울었던 유년의 기억은 생생하다. 이상하게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편했다.그 울음과 지금으의 슬픔은 다르지 않고 같았다. 

이 얼마만의 눈물인가.

지금은 그때처럼 마음 놓고 울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는 신호를 성일은 어기지 않고 지키고 있다. 파란 등에 따라 길을 건너면서도 성일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않았다.

그를 위해 운 것은 순전히 애국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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