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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약물 처방만으로 우울증 치료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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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약물 처방만으로 우울증 치료 되지 않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16 0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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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회장, SSRI 처방 제한 논란 일축...오남용 위험 지적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오른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처방 제한 논란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처방만 한다고 우울증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SRI 논란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SSRI 약제급여기준을 신경정신과를 제외한 타 진료과 의사들은 처방기한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으로 고시했다.

이후, 처방제한을 두고 정신과와 타 진료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20년간 처방권 독점이라는 비판에 대해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부작용 우려라는 반박까지 이어지면서 갈등이 지속된 것.

그러다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자살 예방을 위한 우울증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대한신경과학회 홍승봉 이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홍 이사장은 “뇌졸중 환자 3명중 1명은 우울증을 겪고, 4년동안 자살예방 예산이 4배 증가하는 등 우울증 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항우울제 사용량이 세계 최저기 때문”이라며 “SSRI 항우울제가 우울증 치료 1차 치료제이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60일 이상 처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고시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외 어느 나라도 비정신과의사에게 SSRI 처방 일수를 제한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타 진료과의 입장이 다르다며 공론의 장을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홍승봉 이사장의 국정감사 주장에 이어 대한신경과의사회 이은아 회장과 대한노인의학회 김용범 회장 등도 SSRI 처방 제한 해제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이은아 회장은 “60일 처방 제한 규제 완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조금씩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고, 김용범 회장은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에서 우울증 환자를 많이 진료하고 있다. SSRI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이상 되어 가는 상황에서 여전히 처방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SSRI 처방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우울증 치료는 전문가 영역’이라며 ‘SSRI 처방 제한’ 논란에 우려를 표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울증은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며, 대인관계, 직업적 기능을 어렵게 하고, 원래 가졌던 의사결정 체계와 행동패턴까지 변화를 일으키는 복잡한 병이다. SSRI 처방만으로 치료할 순 없다”며 “SSRI만 처방하면 해결된다는 주장 자체가 우울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 김동욱 회장.
▲ 김동욱 회장.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우울증 치료에선 ‘정신치료’와 ‘약물치료’의 병행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증명됐는데, 정신치료에는 정신역동적, 인지치료적, 대인관계 정신치료적, 행동치료적 접근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다. 이에 대한 전문가는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다.

약물치료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없는데, 만약 항우울제를 잘못 처방하면 두통, 피로, 구역이나 설사 등 소화기장애, 수면이상, 성 기능 저하나 식욕 변화, 골절 증가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양극성 장애 우울기였을 경우, 조증으로 전환되거나 감정 기복이 심화되어 우울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 전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김동욱 회장은 “벨기에서는 우울과 불안이 같이 있는 환자들 평균 항우울제 처방이 5년에서 7년에 달하는데, 일반의가 용량을 줄이거나 끊지 않고 장기처방을 유지되는 것이 항우울제 사용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치료가 어렵거나 재발하는 환자에 장기간 처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기처방이 이뤄진 대상자의 56%가 공식적 정신과적 진단기준에 부합되지 않거나, 환자의 21%는 최근 2년간 정신건강을 검토한 어떠한 기록도 없었다”고 전했다.

항우울제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필요 이상의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비정신과에서는 ‘SSRI 처방 제한 때문에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다’는 의견에 대해 ‘해석을 단순화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동욱 회장은 “감염병 발생이 증가한다고 항생제 사용을 무제한으로 풀어버리는 나라는 없다”며 “모든 자살이 우울증에 의한 것도 아닐뿐더러, 항우울제도 엄연한 약으로 오ㆍ남용에 의한 위험성과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아직 높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추세로, 행정안전부의 ‘2021년 지역안전지수’를 살펴봐도 우리나라 자살률이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특히 35세 이상 전 연령층 자살률이 평균 9.4% 감소했다.

또한 ‘소수에 불과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우울증 환자를 모두 볼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서, 김 회장은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외래를 방문한 다빈도 질환은 노인 백내장“이라며 ”이 질환을 앓는 환자는 안과 이외의 진료과에서 치료받지 않는데 안과 전문의 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 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우울증 치료는 전문가적 접근이 필요한 영역으로, 우울증 치료는 SSRI 항우울제 처방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며 “만약 처방 제한이 없어지면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우울증 환자들의 정신건강의학과 접근성이 낮아져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책은 정신질환 문제의 사회적 편견을 줄여 정신적 질환을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고, 전문가를 이용해 제대로 된 치료를 국민에게 권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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