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한계 도달한 코로나 현장의 절규 "생지옥 같은 상황"
상태바
한계 도달한 코로나 현장의 절규 "생지옥 같은 상황"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09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전협, 政ㆍ대선후보에 지원 요구...“환자 포기 말아 달라” 당부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기며 코로나 대유행이 또 다시 찾아왔다. 일일 확진자 뿐만 아니라 위중증환자까지 다수 발생한 상황에, 의료현장은 한계에 도달하고, 의료진 모두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장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현장을 지키는 젊은 의료진들이 정부 및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환자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정부에 따르면, 12월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총 7102명으로 전일과 같은 7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는 857명이고, 어제 신규 사망자는 57명이다.

▲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9일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생지옥과 같은 코로나19 현장 상황을 전했다.
▲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9일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생지옥과 같은 코로나19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여한솔)는 9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한솔 회장과 박한나, 서연주 수련이사가 참석했다.

대전협은 지난달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위드 코로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은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응급실 및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라는 것.

병원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서울 경기권에는 중증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병상에 아직 여유가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여 회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고위 공무원은 지난달 1일, 이른바 워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일 확진자 수가 1만 명대에 이르더라도 비상 계획을 발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체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로 본다’고 언급했다”며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음압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격리구역에는 코로나 감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해, 새로 들어오는 중증의 환자들을 격리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말하는 실정”이라며 “위중증 환자는 일주일째 날마다 700명씩 쏟아지고 있지만, 병상확보를 위해 정부는 뒤늦게 이를 민간병원에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박한나 수련이사는 “지금의 응급실은 생지옥이라고 생각해도 다를 게 없다”며 “환자들 중에서 꼭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지에 대한 판단을 의료진이 해야 한다. 환자를 받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중환자실로 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장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정부는 병상을 확보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병상이 있다고 환자를 치료되는 게 아니라 의료인력이 필요한데, 정부는 병상만 확보하고 기존 인력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인력 확충이 없으면 일반 환자 진료를 하던 인력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로 차출된다. 이는 결국 전체의 피해로 이어지는데, 기존 환자에 대한 진료 침해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 회장은 재택격리하고 있는 환자들의 심정지, 의식저하 상황을 119 구급대를 통해 마주한다면서, 얼마 전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한 가족 3명 모두가 코로나에 감염됐지만,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가야 할 리스트에도 올라가지 못한 채 집에 격리된 채로 있었다. 그 집의 가장이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해, 119를 통해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의료진이 모두 달려들었지만, 끝내 사망했고, 여 회장은 유가족에게 사망 소식을 알려주자 응급실 땅바닥에 엎드려 목 놓아 울던 그 상황이 기억에 남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며칠 전까지 너무나도 건강했던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이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의료진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에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박한나 이사도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 10명 중 1, 2명은 코로나19 확진자로 재택치료를 하다가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119에서 이송이 지연되다가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현장에선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연주 수련이사도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41번째 격리실 컨택을 하던 환자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에는 격리실이 남아있는 곳이 없다”며 “의료현장 인프라, 병상 확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전공의들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이사는 “지금 상황은 전공의들이 밤낮을 없이 근무하는 건 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체계, 시스템의 문제로 환자를 잃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위중증, 사망 환자들이 폭증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물론, 여야 대선 캠프를 포함한 여러 사회 지도층은 겉으로만 관심을 두는 척 하고, 아무런 대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

여 회장은 “코로나19 현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정권유지, 교체라는 욕심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날마다 수십 명씩 죽어 나가는 거대한 비극에는 침묵하고, 진절머리 나는 정치싸움만 하는 실정”이라며 “누가 고통에 신음하든, 병들어 죽어 나가든 상관없이 처참한 비극을 뒤로하고, 정치적 쟁론에만 매몰돼 서로 헐뜯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감염병 관련한 국가적 위기상황일 경우,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인력 대책 및 병상확보 대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일상회복 계획에서 의료계가 처한 현장은 안중에 없었다”며 “병상 포화, 의료체계 마비가 발생했고 보건당국은 이러한 시나리오 속에서 의료현장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K 방역’이라며 공적을 자위하고 언론 앞에 온갖 생색은 냈지만, 정작 위기의 상황이 봉착했을 때, 혼란의 책임은 의료현장 일선으로 떠미는 보건당국의 행태를 대전협은 강하게 규탄했다.

여기에 대전협은 의료현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한솔 회장은 “교통체증이 발생하면 뒤에 있는 차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현재 발생한 환자들을 빨리 분류하고 이송ㆍ입원시켜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리가 있는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해도 정부를 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시스템만이라도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연주 이사는 “중앙부처와 현장의 괴리가 크게 느껴진다. 의료현장과 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현장 문제점을 해결하는 효율적인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며 “환자 배정이나 환자 전원에 대한 안내를 중앙에서 관리하겠지만 개별 보건소나 일부는 공보의들이 카톡으로 한다는 이야기도 언론보도가 됐다. 중앙의 효율적 관리가 부재하다 보니 현장의 여파가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 이사는 “환자 받는 것도 문제지만,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기기도 부족하다”며 “실제로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환자들 중에서 누구에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생기고, 60대 이상에서는 에크모 금지령도 있다. 환자를 돌보고 싶어도 인프라 부족으로 환자를 돌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와 정치권에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지 말고,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여한솔 회장은 “더 이상 젊은 의료진의 피땀을 갈아 넣으며 ‘덕분에’ 따위의 말 한마디로 희생을 욕보이지 마라. 위정자들의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에 좌우하지 않겠다”며 “젊은 의사들은 환자 옆을 지킬 것이고, 간호사ㆍ공중보건의사ㆍ119ㆍ시민단체와도 연대해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부처, 국회의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한 이재명, 윤석열 후보 등에게 쓰러져가는 환자들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드린다. 문제해결을 위해 각 부처에서 머리를 맞댐이 필요하다면, 대전협은 언제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