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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시달리는 의사, 관련 교육ㆍ관리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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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시달리는 의사, 관련 교육ㆍ관리방안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2.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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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결과 발표...‘평균 70.03점’ 매우 높은 수준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감정노동의 시대,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최근 사회적으로 떠오르는 이슈로, 지난 1983년 Hochshild가 처음 제시했고, 육체적ㆍ정신적 노동과 별개로 감정을 관리하는 것을 노동으로 보고 제3의 노동으로서 감정노동을 개념정리한 것이다.

감정노동 연구 대상은 주로 서비스산업 종사자(항공 승무원, 호텔 근무자 등)를 대상으로 이뤄져왔는데 최근 전 산업 직종으로 확대되고 있고, 보건의료분야 종사자(간호사, 병원 직원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사’에 대한 감정노동 연구는 국내에서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다.

의료서비스가 의료인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환자의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구를 전반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인도 감정노동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게 된 것.

하지만 의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에 의료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을 측정하고 의사의 개인적ㆍ집단특성에 따라 감정노동 수준 차이와 상관관계 분석에 대해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평균 및 표준편차.
▲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평균 및 표준편차.

연구소가 진행한 연구는 문헌 조사 및 설문조사(2020 전국의사조사 KPS, 분석 대상 5563명)를 통해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을 측정하고, 개인적・집단적 특성에 따라 감정노동 수준의 차이와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의사의 감정노동 수준은 평균 70.03점(6점 기준 4.2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조사된 감정노동종사자 전체 평균인 61.56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내면행위인 ‘전문직으로서 감정조절’을 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픈 환자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고 존중하면서 의사로서 전문직 역할을 다하기 위해 환자의 감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환자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내면에 생기는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병원 분위기나 원활한 진료를 위해 참으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특성별로는 여성(71.69점)이 남성(69.51점)보다 높았으며, 연령이 낮을수록(30대 이하-70.78점), 미혼자(70.92점)가 감정노동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특성별로는 직역은 전임의(71.48점), 개원의(70.70점) 순으로 높았고, 진료과목은 정신과(75.77점), 재활의학과(73.31점) 순으로 높았다.

근무지역은 충남지역(71.21점), 서울지역(70.58점) 순으로 높았고, 근무기관은 의원급 의료기관(70.92점), 군대/군병원(70.58점) 순으로 높았다. 근무기관 형태로 사립 의료기관(69.85점)이 국공립 의료기관(69.70점)보다 감정노동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평균 차이.
▲ 한국 의사의 감정노동 평균 차이.

여기에 연구진은 감정노동과 개인ㆍ집단특성은 모두 완전 혹은 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성별은 모든 감정노동의 구성요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연구문제인 ‘의사도 감정노동을 하는가’에는 ‘그렇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진은 “의사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명성이 높기 때문에 의사가 감정노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학문적 발전이 이어지면서 감정노동은 일부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이 겪는 특별한 것이 아닌, 육체적ㆍ정신적 노동과 더불어 제3의 노동으로 모든 근로자가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의사는 매일매일 아픈 환자들을 수없이 마주하면서 그들과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감정노동의 결과가 의사들의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보건의료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의사의 감정노동 관리를 위해 의학교육의 기초과목으로 감정노동 관리를 위한 과목 개발, 의사의 개인적ㆍ집단특성별 교육 및 관리 방안 개발, 법적 범위 내 의사 포함(산업안전보건법), 의료기관 내 자체 현실적인 관리방안(의무휴일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주기적 상담 등) 개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의사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의사의 감정노동까지 신경써야 하는 질문과 비판도 있을 수 있다”며 “감정노동을 적게 하느냐, 많이 하느냐가 아닌,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로, 감정노동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연구진은 이어, “감정노동에 대한 관리 및 해결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라며 “의사의 감정노동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들이 미칠 사회적 파장은 그냥 간과하고 넘어갈 정도로 작지 않다. 의사들의 감정노동은 관리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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