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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01-28 20:08 (금)
383.첨밀밀(1996)-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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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첨밀밀(1996)-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그런 이야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12.0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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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은 여자의 과거만이 아니다. 남자도 그런 것이 있다면 ‘닥치고’ 잡아떼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야 두고두고 신상에 이롭다. 그러나 여소군(여명)은 그러지 못했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그는 아내에게 이요(장만옥)와의 그렇고 그런 관계를 실토했다.

이유인즉슨 나 자신을 속이기 싫다나. 결과는 어땠을까.

고마워, 우리 남편 사실대로 말해줘서. 그런 당신을 난 영원히 사랑해, 하고 감격했을까. 아니면 따귀를 한 대 보기 좋게 올려붙이고 ‘굿바이’ 했을까.

여소군의 그런 겁 없는 행동은 아내의 추궁 때문이 아니었다. 미심쩍은 행동으로 덜미가 잡혔기 때문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무슨 양심의 대가라도 되는 양 그런 무모한 짓을 하고 파탄의 길을 갔을까.

결과론적이지만 그는 결국 껍데기 사랑을 버리고 온전한 사랑을 찾았다. 그래서 실토는 파탄아닌 새로움의 시작이다.

비 오다 개인 어느 날 둘은 이전의 그들이 아니다. 여소군과 이요가 사랑의 핵심으로 깊숙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둘은 꿀처럼 달콤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첫날을 보냈다. (이후 남자는 광둥성에 있는 약혼녀를 잊고 오로지 이요에만 집중해야 옳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하고 현실에 충실했다. 거리로 나온 그는 공중전화 박스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실직고 대신 밥은 먹고 다니느냐, 널 사랑한다고 외친다. 이런 순진한 남자가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발적으로 혼 후 간음을 실토한 것은 어떤 운명의 장난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깐 영화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광둥성이 고향인 여소군이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온 것은 1986년이다.

말도 서툴고 영어도 안되고 돈도 빽도 없으니 (당시 홍콩은 영국령이었다. 그때의 홍콩과 지금의 홍콩을 비교해 보자. 이런저런 소회가 없을 수 없다.) 먹고 살기가 여간 빡빡하지 않다. 다행인 것은 허우대 멀쩡하고 염치가 없다는 것.

맥도날드 알바생 이요를 만나면서 여소군은 홍콩 생활에 점차 적응해 가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요는 여소군을 이용하고 버리려고 했으나 사귀다 보니 괜찮은 것 같아 멀리하지 않고 가까이에 둔다. 그녀 역시 여소군과 마찬가지로 친구없이 외롭게 지내고 있다. 외롭고 추우니 둘은 온기가 필요했을 터.

그 와중에도 남녀는 각자 자기의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간다. 그 즈음 이요는 주식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데 어느 날 부터 주가는 폭락하고 이요는 빈털터리가 된다. 거기에 빚까지 졌다.

있을 때는 물론 없을 때도 늘 더 갖고 싶은 것이 돈 아니더냐. 이요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 나서고 여소군은 그러거나 말거나 음식점 주방에서 하던 일을 마저 하면서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않는다.

남자는 굶어 죽지는 않지만 큰 돈을 모을 수는 없다. 그래도 천성이 고운지라 마음씨 하나만으로 그럭저럭 홍콩 생활에 익숙해 진다.

틈틈이 남자는 본토에 남겨둔 약혼녀에게 깨알 같은 편지로 사랑을을 고백하면서 두 여자 사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요를 사랑하면서 약혼녀를 멀리하지 않는 여소군은 알고 보니 ‘미련 곰탱이’ 아닌 ‘약아 빠른 뺀질이’가 아니더냐.

그러나 관객들은 그런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여소군에게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이요는 물론 약혼녀와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이 무슨 고약한 심보인가. 똑같은 팔찌를 두 개 사서 하나는 이요에게 다른 하나는 약혼녀의 선물로 주는 이  남자에게 관객들은 왜 이리도 관대한가.

▲ 여소군의 뒷자리에 앉은 이요가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여소군의 뒷자리에 앉은 이요가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요는 또 어떤가. 이런 남자 이해하고 계속 살아야 할까. 이요의 고민은 깊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파산한다. 이요는 어느 순간 건달의 등을 미는 마사지 걸로 전락했다.

하기에 따라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유명한 여자 가운데 이곳을 거쳐간 사람도 많다고 하니 이요는 자신을 한탄하기보다는 한몫 잡으로려는 의지가 강하다.

관객들도 이런 이요를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의 남자 여소군도 인정하는데 오지랖 넓게 왜 그런 일을 하느냐고 따질 이유가 없다.

등 짝에 온갖 문신을 새겼고 그 가운데 미키 마우스가 돋보이는 건달을 단골로 삼은 이요는 아예 건달과 살림을 차렸다.

이요에게 여소군은 이제 몸은 물론 마음속까지 지워진 남자일까. 

그러나 무 대신 사람의 살을 써는 것으로 사는 건달 일이 그렇듯이 문제가 발생하고 건달은 급히 배를 타고 홍콩을 떠난다. 이요는 따라가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동행한다.

그녀의 마음속에 건달은 돈 플러스 사랑이었을까. 그렇게 이요와 여소군은 떨어졌다. 아마도 그 기간은 10년 정도일 것이다.

미국이다. 여소군은 여전히 하층 생활이다. 죽은 고모가 커다란 저택까지 물려 줬으나 왜 그런 생활을 계속하는지 의문이지만 영화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궁금증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배달 일을 하는 여손군을 따라가 보자. 그런데 그 모습은 억만장자가 포르쉐를 타고 여행하는 것처럼 여유가 철철 넘친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고 미천해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이요 없이도 그렇게 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관객들은 여기서 배신감을 느껴야 옳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요 역시 이곳에 있고 그녀는 쫓기는 것 같다. 사람을 피해 도망치다 차들 사이로 한가한 여소군을 보고 뒤쫓는 이요. 그러나 둘은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이 좋아했던 대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레코드 가게 앞에선 이요는 잠시 감상에 빠져들고 옆에는 어느새 여소군이 같은 표정으로 노랫말을 듣고 있다. 이때 둘은 여소군이 홍콩에 막 도착했을 때처럼 모르고 스쳐 지나가지 않고 알고 서로 쳐다본다.

국가: 홍콩

감독: 진사신

출연: 장만옥, 여명

평점:

: 비와 음악이 영화의 중요한 흐름에 자주 등장한다. 내리는 비는 주인공이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나타나 관객들에게 다음 장면을 암시하는 힌트를 준다.

우산도 없이 비에 젖거나 우산속으로 빗물이 번질 때면 그리고 그 사이로 그들이 좋아했던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누구라도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면서 살자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삐삐와 비디오 테이프 그리고 레코드 가게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온다.

영화는 끝났으나 그래도 여운이 있다면 영화 밖으로 나와 둘의 미래를 그려보자.

이요 남편 건달은 시비 끝에 애송이의 총에 맞아 죽었다. 여소군의 아내는 그를 박차고 나갔다는 것은 앞서 말했다. 둘은 솔로인 신세다. 상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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