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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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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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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전문가 자부심과 자존심 지키겠다

병원 등에서 환자의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지정해놓은 곳이자, 중환자실과 함께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볼 수 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종이 한 장보다 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곳이 바로 응급실이다.

본인 발로 걸어들어오는 환자부터 구급차를 타고 실려오는 의식 없는 환자 등 다양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이 응급실이기에, 응급실에 있는 의사들은 각종 응급처치와 함께 향후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해 다른 진료과와 연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찰나의 순간에, 환자를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한 의사들에겐 전문성이 필요하고, 여기에 특성화된 과가 바로 ‘응급의학과’다. 

응급의학과는 의료과 중 가장 젊은 과로 1996년에서야 1회 전문의가 탄생해 올해로 25년을 맞이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약 4000여 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추산해 매년 약 90여 명을 배출해 현재 약 2200여 명의 전문의가 활동 중이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응급의학과’이지만, 이들이 처해 있는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어느 순간부터 응급실에 주취자가 늘어나, 이들로 인한 의료진 폭행 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는 의사의 수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일련의 사건들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이런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한 의사회가 구성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응급의학과의 현실과 앞으로의 의사회 운영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응급의학과의 현실과 앞으로의 의사회 운영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응급의학과의 현실과 앞으로의 의사회 운영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란?
현재 의료계에 존재하는 모든 과들은 대학병원 교수들의 단체인 ‘학회’와 개원의들의 단체인 ‘의사회’로 나눠 구성되고 있다.

응급의학과의 경우엔, 응급실 대부분은 대형병원에 마련되는 과 특성상 개원의가 전국에 200여명 정도에 불과하며, 대학병원 소재 교수가 700명 여명, 나머지 1300여 명이 봉직의들이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의 경우엔 개업이 불리하다 보니, 개업은 극소수 요양병원 등에 머물러 있고, 숫자도 200명 정도”라며 “대학병원에 있는 교수들이 500~700명 정도, 1300명 정도가 봉직의이다. 원래는 교수들이 훨씬 많았지만, 4년 전부터 봉직의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의 단체인 응급의학회는 대학교수들이 학문 발전을 연구하는 성격이 강해 다수를 차지하는 봉직의 처우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10여년간 봉직의들의 불만이 누적됐고,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가 만들어졌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의사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3월 15일 창립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네 차례 회의와 워크숍을 거쳐 6월 25일 온라인 창립총회를 열어 초대 회장에 이형민 준비위원장을 선출했다. 이후 대한개원의협의회 22번째 산하단체로 정식 가입했다.

의사회는 미션으로 ▲환자 생명 살리는 최고의 전문가 그룹, 비전 ▲응급의학 질 향상 ▲응급의학 최적화 ▲응급의학 다양화 ▲응급의학 선진화 등을 채택했다.

 

◇응급의학의사회의 노력은?

▲ 이형민 회장.
▲ 이형민 회장.

올해 막 탄생한 응급의학의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시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의사회는 회원 보호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봉직의협의회와 의사회 창립 과정에서 1호 사업이 바로 원광대병원 응급실 폭력사건 청원이었고, 2호 사업은 응급 환자 사망으로 의사가 징역형을 받은 사건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전북 익산 소재 원광대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주취 환자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고 살해 협박까지 받아 이슈화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주취자 폭력에 대비해 의료인 안전을 위한 병원 차원에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엔 ‘세이프티 디자인’이라는 병원 설계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전혀 무지하다. 의료진 폭행을 국가 공무원이나 공권력 폭력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등 법 강화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응급실 폭력 문제에 대해 법률 자문을 선임했고, 사건 초기인 경찰 조사 단계부터 법적 자문을 동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아쉬운 것은 응급실 경비에 대한 평가 규정을 만드는 것인데, 현재 정부와 브릿지 역할을 해주던 중앙의료센터장이 그만둔 상태여서 진전되지 않고 있다”지적했다.

또한 지난 2014년 빅5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처치 이후 환자가 귀가했지만, 4시간 뒤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적절한 검사 등 치료를 제공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이런 판결이 선례로 남으면 안 된다”며 “응급실은 진단하는 게 아니라 전원과 연계를 해주는 곳으로, 이런 사례로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회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대 회장으로서 전문의들에게 자부심 갖도록 노력하겠다

이형민 회장은 의사회 활동을 통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스스로가 전문가라고 생각할지 의문”이라며 “우리가 응급의료환자 진료 시스템에 리더쉽을 가져야 하고 정책적 제안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령 권역응급의료센터 외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보 규정이 없이 전공의 3년 차 이상이 갈음할 수 있다고 한다”며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형민 회장은 “우리나라 어디서든 무슨 일이 발생해도 똑같은 양질의 응급의료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양질의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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