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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우울증, 고위험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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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불러온 우울증, 고위험군 급증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1.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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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TV 좌담회 참석 전문가들 제언...심리적 보호 방안 재점검 필요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우울증’을 겪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코로나 우울증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심리적 보호 방안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수행)에서 실시한 올해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ㆍ30대 우울위험군, 자살생각률과 여성의 우울, 불안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울 위험군은 20대 30.0%, 30대 30.5%(평균 22.8%), 자살 생각률은 20대 22.5%, 30대 21.9%(평균 16.3%)로 나타났으며, 우울에 대한 여성의 점수는 6.2점(남성 5.2점), 불안에 대해선 여성이 5.0점(남성 4.3)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1분기 자살사망동향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는 전년 동기와 대비, 감소했으나, 여성(3.9%↑)과 20대 이하(19세 이하 21.0%↑, 20대 6.3%↑), 70대(14.2%↑)에서는 증가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코로나 우울증’이란 주제로 전문가 진단 좌담회를 유튜브 채널인 ‘KMATV’에서 공개, 코로나 우울증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이 출연했다.

▲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코로나 우울증’이란 주제로 전문가 진단 좌담회를 유튜브 채널인 ‘KMATV’에서 공개, 코로나 우울증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코로나 우울증’이란 주제로 전문가 진단 좌담회를 유튜브 채널인 ‘KMATV’에서 공개, 코로나 우울증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백종우 교수는 “재난이라는 게 개인과 지역사회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사고로, 감염재난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기에 때문에 더욱 힘들다”며 “실제 메르스 시기에 확진 환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1년 후에 조사한 결과, 약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될 만큼, 감염 재난은 장시간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원장도 “사회가 급변하고 개인화되면서 스트레스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 정도가 더 높아졌다”며 “감염 재난은 죽음이라는 공포와도 연관되어 있고, 눈에 보이지도 피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 특히 생활치료센터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우울증이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에, 코로나 우울증을 겪는 국민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코로나19가 국민 정신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선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백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재난이 발생해왔지만, 재난의 성격에 따라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의 수도 제각각으로, 재난의 성격과 어떤 대처가 있었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수십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나 수천 명이 사망한 9.11 테러 이후 자살률은 높아지지 않았지만, 홍콩에 사스가 발생했을 때는 그 해 노인 자살률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 사람과의 단절, 취약한 의료 접근성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자살률이 더 높아졌다”며 “보통 재난 초기에는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 속에서 재난 상황을 견뎌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1년 넘게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고, 최근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상황이다. 이제 나만 힘들다는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 국민들이 있어 지금부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교수는 한국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에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PHQ라는 우울척도가 있는데,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조사를 해보니 비중이 20%가 넘었고, 올해 3월에는 24%대를 기록했다”며 “평소 정신건강 관련 조사에서 볼 수 없는 점수로,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들어했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람이 17%나 되는 등 너무나 깜짝 놀랐다”며 “이는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15~20% 우울 고위험군이 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재난 시기에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모든 국민의 문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도 “개인마다 신체적이나 체력 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개인의 성향이나 불안 역시 차이가 있고, 공통적인 것은 마음의 에너지가 강하든, 약하든 한계치에 도달한다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긴장하고 불안하니까 버티지만, 에너지가 한계치에 다다르면 소진되면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 감염재난과 관련해선 장기간 지속되면 대다수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인 가구나 우울증, 불면증 등 기존에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특히 감염 재난에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체계 확보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돼야 한다”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는 사회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평상시 정신과적 질환의 가능성이 있거나, 증상을 겪은 분들은 심해지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대변인도 “10대나 20대에서 자살을 시도해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학교 다니거나 사회적인 시간을 보낼 때는 갈등이 적었다가 집에만 있으면서 갈등이 늘어났다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우울증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을 진단함과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은 진단명이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자살을 일으키는 3가지 대표적인 문제가 정신적 문제, 경제적 문제, 건강적 문제”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이 문제들이 다 안 좋아지고 있다. 코로나 우울에서도 저소득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모든 자살을 막긴 어렵지만 예방할 순 있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경고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하는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변화가 생기거나 뜬금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등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며 “경고 신호를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통해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원장도 “사회적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조금 더 확충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시스템이 마련되어있어 병원을 찾기 전에 간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며 “인터넷 검색이 어려우면 인근 보건소에 문의해면 소개 받을 수 있다. 정신과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여러 평가를 하고 상담을 받으면 중증 단계라고 판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결을 해주는데, 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각 지자체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병원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기에 안심하고 병원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마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외에도 계속 찾아온 감염재난을 대비, 국가 방역 시스템에 심리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정재훈 원장은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재난이 다가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외에 앞으로 다른 형태의 감염재난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것을 고려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재난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며 “심리적인 부분이 신체의 면역력에도 영향을 주어 결국 방역에도 작용한다. 심리적인 피해를 최소화해 재난 감염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방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교수는 “국가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 수립에 있어서 앞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들은 어려운 시기지만 마음에 투자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이 시국을 이겨냈으면 한다”며 “코로나19로 힘들지만 함께 이겨내,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지금의 상황과 가장 비슷한 장소가 응급실이다.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으로 감정적인 표출을 하는데 이것은 도와달라는 신호”라며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분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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