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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문제는 ‘엄격한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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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문제는 ‘엄격한 요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1.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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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대만 입법례와 비교...대상 확대 및 명확화ㆍ대리결정자 범위 한계

지난 2016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 시행된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서는등, 국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환자와 의사 등의 상호적 의사결정까지 이르지 못하고, 결정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하는 등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 및 환자자주권리법과 시사점-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 제도와의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외국 입법ㆍ정책분석(저자 정혜진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을 발표했다.

대만에서 연명의료결정 제도와 존엄사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48년간 식물상태로 살아가는 여성에 대한 안락사 청원이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2000년 5월 ‘안녕완화의료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6월 공포를 거쳐 해당 제도를 시행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 2018년 2월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법을 시행하고 있어, 대만에 비해 약 18년 정도 늦은 상황. 그러나 연명의료결정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 후 3년 6개월만인 올해 8월 10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16만 9217명의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중단이 실제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결정의 이행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개념의 구별 기준이 모호하고,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을 완전히 보장하기에 절차 규정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대만과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 대상 조항 비교.
▲ 대만과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 대상 조항 비교.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대만의 입법례와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을 비교,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확대 및 명확화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실효성 보완 ▲대리결정자 범위의 적정성 논의 등을 시사점으로 꼽았다.

대만의 경우 말기환자를 연명의료중단 등의 결정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비가역적인 혼수상태, 영구적인 식물상태, 극 중증의 치매 등의 환자를 결정 대상에 추가해 대상자를 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 결정 대상을 ‘말기 환자’보다도 엄격하게 규정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한정하고 있다.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결정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연명의료중단 등의 대상은 엄격하게 인정돼야 하고, 말기환자는 치료에 의한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질환별로 말기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의학적ㆍ사회적 합의가 부재하여 별도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에서의 논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조사관은 “말기환자는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으로부터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의미한다”며 “얼마나 시간적으로 사망에 근접해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이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연명의료결정 대상을 말기환자로 규정하고 있는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 등에서 보듯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의 구분이 불필요하거나, 그 결정 대상을 말기환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의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정 조사관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 조사관은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계획서에 해당하는 대만의 사전돌봄계획서는 작성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있으며, 사전돌봄계획은 환자와 가족 뿐만 아니라 의사, 호스피스팀의 자문으로 이뤄지는 종합적인 환자 돌봄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의 정보제공ㆍ설명, 환자의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환자와 가족의 능동적 의사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연명의료결정법 상 질병 유무와 상관없이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ㆍ등록 제도가 있지만 비영리민간단체, 공공기관 등 의료기관이 아닐 수 있는 등록기관에 의한 설명은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충분한 소통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만의 사전돌봄계획을 연명의료결정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만의 사전돌봄계획과 같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연명의료에 대한 교육과 논의의 기회 제공,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 부족 문제 개선 등 의료현장 제반환경의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정혜진 입법조사관은 ‘대리결정자’ 범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배우자 및 1촌 이내의 직계 존속ㆍ비속 등의 전원 합의로 환자의 의사를 대신 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조사관은 “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사람이 가족이 없는 경우 그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은 사람이 가족이 없는 경우 연명의료중단 등의 이행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가족 유대와 결합이 예전과 달라진 현재 환자가 사전에 지정한 대리인이 연명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와 같이 윤리위원회 등 의사결정기제의 작동에 의해 연명의료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시대변화에 따른 다각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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