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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고 말도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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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고 말도 하나였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10.2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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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가 반장과 술을 먹고 열흘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반장이 죽었다.

낫에 찔려 죽었는데 죽는데 걸린 시간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았다. 어이 없는 개죽음이었다.

목의 급소를 찔린 그는 자신이 죽는 다는 것을 알 새도 없이 목숨이 끊어졌다.

이런 죽음은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워낙 갑작스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을 인간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년만년 살면서 호가호위한다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소문은 일사천리로 뻗었다.

그 소리를 처음들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다음에는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을 의심했다.

그러다가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큰 소리로 떠들자 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립문을 발로 걷어찼다.

마치 자신의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일하다 말고 들에서 달려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아낙들도 설거지 그릇을 내동댕이 치고 밖으로나와 무슨일인지 귀를 세웠다.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 같고 말도 하나였다. 놀라움을 가득 담은 얼굴로 반장이 죽었다고 다들 외쳤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마음이 약한 자들은 반장이 죽었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했다.

만에 하나 잘못된 것이기라도 하면 후환을 감당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자들도 대자로 뻗어 핏기가 가신 반장의 시체를 보고는 반장이 죽었다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고 몸을 잔뜩 꾸부린채 손을 반쯤 들어 올리면서 반장이 죽었다고 고함치는데 꼴볼견이 따로 없었다.

밤새 울고 나서 아침이 돼서야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 꼴이어서 사람들은 그 와중에도 겁쟁이에게 눈쌀을 치푸렸다. 그러다가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됐다.

제 일처럼 놀라서 소리 질렀고 나중에는 기뻐서 고함을 내질렀다. 정태도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멀쩡하던 그가 하루 아침에 온전하지 못한 인간이 되리라고는 한 번 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구석을 헤치고 나서는 사실로 믿지 않을래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흥건한 피를 등에 깔고 눈을 치껴뜬 채 반장의 얼굴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반쯤 열리다 만 입술 사이로 이건 말도 안돼 하는 나오다 만 외마디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저리 꺼져 하고 소리지르는 험상궂은 얼굴이었다. 

오전에 벌어진 일이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수습 국면을 맞았다. 산주면 서에서 경찰 다섯 명이 총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은 어깨에 걸었던 총을 내려 오른 손에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향해 총을 질렀다. 총 소리는 앞산에 부딪쳤다 돌아와서 뒷산에 메아리를 남겼다.

그렇지 않아도 목이 쉬었던 동네 개들이 때를 잡았다는 듯이 발작적으로 짖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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