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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 의료인ㆍ종사자 동의 여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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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 의료인ㆍ종사자 동의 여부 무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10.06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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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문제점 분석...위헌 가능성도 조명
▲ 지난달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지난달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를 통과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는 지난 5일 의료윤리연구회서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이란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원칙 ▲저장장치가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채 운영 ▲촬영은 환자 요청이 있을 때만 녹음없이 ▲응급수술상황이나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 ▲CCTV 정보를 누출하거나 목적 이외에 사용할 경우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공포 후 2년간 시행 유예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열린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183인 중 찬성 135인, 반대 24인, 기권 23인으로 별 무리 없이 가결, 통과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법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교통정보의 수집 분석 및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ㆍ운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혜승 변호사는 “의료기관 영상정보 처리기기 관련 기존의 지침은 지난해 12월 마련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에 명시돼 있다”며 “의료기관 복도ㆍ계단ㆍ주차장 등 불특정 다수 왕래 가능 장소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따라 설치 가능 하지만, 진료실ㆍ처치실ㆍ수술실ㆍ입원실ㆍ행정사무실ㆍ의무기록실ㆍ전산소 등 출입에 제한이 있는 공간은 정보주체의 수집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왕래 구성원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료실 폭행사고에 대비한 CCTV는 진료실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만 녹화할 수 있고, 응급실 내 의료인에게 폭언, 폭행 등에 대비해 CCTV를 설치하려면 촬영대상(환자 및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개정된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살펴봤다.

그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설치한다’는 조항은 수술실이 있더라도 전신마취 등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설치 안 해도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및 의료인이 요청해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촬영이 가능하다’는 조항은 ‘보호자’를 요청자 및 동의자에 포함시키는 것이 부적절하며, 환자 스스로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자 범위가 모호하다. 의료인 및 종사자의 동의 여부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식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한다는 조항 역시 촬영대상 및 시간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고, 의료과실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참여자 신원 확인 정도로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의식 없는 동안에만 촬영하는 등 시행규칙 제정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촬영 거부 사유에 대해서도 “모든 수술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위험한 수술”이라며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저해할 현저한 우려라는 건 불분명한 요건으로, 시행규칙 제정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실, 도난, 유출, 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내부 관리계획, 저장장치와 네트워크 분리, 출입자 관리 등 기술적 관리적 및 물리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 역시 의료기관에 과중한 의무부과인과 동시에 완벽하게 안전한 조치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정 변호사는 열람제공 제한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개정 의료법에 명시된 열람 제공 제한조항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후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환자 및 수술 참여한 자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이다.

정 변호사는 “범죄수사의 경우 ‘법원 영장’을 필요로 할 것인지 불분명하다. 개인정보보호법 표준지침은 협조요청만으로 가능하도록 되어있지만, 모자이크 처리 등 최소한만 제공하도록 되어있다”며 “조쟁중재원 ‘보호자’ 동의 규정은 부적절하기에 조정신청인 동의로 개정하고, 이외에도 시행규칙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의료법에서 정한 것 외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정보의 열람, 처리정지, 정정, 삭제 및 파기를 요구할 일반적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며 “개정의료법 5항에 열람 범위를 정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같이 적용될 경우 환자는 분쟁이 발생하지 않아도 늘 열람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등 충돌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혜승 변호사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의 위헌 가능성도 살펴보았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며, 법안이 통과되자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 등을 제기해 법적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위헌 가능성에 대해 정 변호사는 “법률의 위헌성 판단의 도구는 비례원칙으로, 해당 개정안의 목적의 정당성은 불법 진료행위 방지와 의료과실 규명으로 정당한 편에 속한다”며 “다만 수단의 적합성을 살펴보면 진료과정 불법성 방지에 적합한 수단이지만 의료과실 규명에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침해의 최소성에 대해 판단해보면, 지문등록이나 처벌강화라는 덜 침해적인 방법이 있다”면서도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영유아보호법 헌법소원 결과를 언급했다.

과거 어린이집 근로자 및 어린이집 학부모가 어린이집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17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개정안이 아동학대행위 사전 방지 효과가 있고, 안전사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되며, 6세 미만 영유아는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해 CCTV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보육교사의 사생활과 비밀이 제한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해 정보주체의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전원 동의시 미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핵가족화의 가속화로 보육시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서 단순히 보호자 불안감 해소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공익이라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이처럼 영유아보육법 헌법소원에서는 미설치 가능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개정 의료법도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규정했다”며 “달성하는 공익과 되는 사익을 비교하는 법익의 균형성은 헌법재판소의 재량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법률을 뒤엎는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해도 위헌 결정이 쉽지 않다”며 “발의됐던 개정안들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합법적인 장치를 많이 추가한 상태로, 위헌성을 많이 덜어냈다.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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