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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국가배상책임,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 기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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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국가배상책임,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 기준 없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1.09.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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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硏, 메르스 관련 대법원 판례 분석...감염병 대한 국가 책임 명확히 해야
▲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감염병이 끊임없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감염병이 끊임없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감염병이 끊임없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가운데, 이러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헌법재판소와 함께 우리나라 사법체계 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법원에서도 감염병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책임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최근 ‘2019~2020년 보건의료분야 주요 판례 분석’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국가 손해배상책임을 다룬 대법원 판례 2건을 분석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3월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 A씨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2015년 5월 복부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해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메르스 감염 16번 환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됐다.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A씨는 검체채취를 받았고, 곧 메르스 감염이 확진됐다.

이후, A씨는 메르스 감염증에 의한 폐렴이 발생했고, 결국 폐렴 및 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됐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대한민국, 병원 운영자, 병원 소재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메르스에 대한 사전연구 부실, 메르스 대응 지침의 부적절, 병원명과 노출기간 공개 지연, 부실한 역학조사에 의한 감염 등으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했으나, 국가의 이러한 과실과 환자의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되므로 국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판단, 유족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메르스에 대한 국가의 관리지침이 해당 환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하지 않고, 병원명 등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역학조사 등을 부실하게 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는 국가를 대상으로 배상을 청구하는 사건들에서 국가의 재량권 행사가 위법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소는 “국가의 의무위반이 있더라도 문제가 되는 국가의 특정 의무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경우 국가가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며 “하지만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해 국민에게 손해를 가해도 국가 또는 지자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가배상에 관한 확립된 법리”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소는 “감염병의 경우 그 특성상 추정에 의해 발병일을 정하고, 감염원을 추적 및 추정하는 과정 역시 여러 가지 가정적 판단을 거쳐, 역학적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당시의 메르스 관리지침에서 일상적 접촉자는 시간적 기준 없이 ‘의사 환자와 접촉한 사람 혹은 환자의 분비물이 오염된 환경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었다는 점에서 역학조사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접촉자 확인 및 분류, 관련 조치는 아쉬운 면은 있다는 학계의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역학조사의 부실과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이 사실상 감염병 확산방지 정책에 실패한 국가와 방역당국의 과실을 면책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감염병에 있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3월 환자 B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발목을 접질린 B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병실에 메르스 16번 환자가 입원하는 바람에 메르스 확진을 받게 됐다. 이후, 치료를 받고 메르스 완치로 판정돼 퇴원했는데, B씨는 국가를 상대로 메르스 관리에 관한 과실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청구했다.

B씨는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 역학조사 등의 조치를 지연하고 부실하게 한 국가의 과실과 메르스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를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도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지체했고, 메르스 환자에 대한 밀접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등 국가의 과실과 원고의 메르스 감염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국가에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알려진 사실과 정보가 많지 않아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당시까지 알려진 사실과 정보, 이를 기반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전문가들이 만든 감염병 대응지침을 기준으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는 “이 사건 당시 메르스 관리지침에는 밀접접촉자, 일상적 접촉자의 기준, 역학조사관의 접촉자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활동들이 제시돼 있었다는 점에서 당시 메르스 환자와 관련된 역학조사의 부실, 역학조사관의 접촉자 범위 설정 및 이들에 대한 분류, 관찰의 부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법원의 입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감염병 관리에 있어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를 인정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며 “이는 변화된 사회현실, 국민 인식 변화 등을 반영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확대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소는 “신종 감염병의 경우 대부분 치료법이 없어 감염방지가 최선인 상황”이라며 “역학조사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이러한 판단이 국가 방역체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강조했다.

감염병과 관련 국가손해배상 책임에 있어 다른 판결을 내린 두 판례를 통해 의료정책연구소는 법원이 메르스 환자에 의해 감염된 피해자 또는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의 과실과 메르스 감염의 인과관계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신종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일관되고 합리적인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 이후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겪고 있는데, 이후 유사한 형태의 소송이 발생할 수 있고, 메르스 사태 등을 통해 국가 및 방역당국의 감염병 대응에 대한 책임은 한층 무거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국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보다 강력한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방역체계의 확립을 위해 관련 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정비해 나가면서 국가의 공중보건위기 대비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며 “감염병에 대한 국가의 책임부분을 명확히 하고,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대한 법률상의 미비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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