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로 긴 겨울을 나고 비상을 준비한다.
아침 이슬로 목을 축였고 이제 몸을 말리기만 하면 된다.
아직은 날지 못하니 잠시 땅에 엎드려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자.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개미 한 마디가 급소를 노리고 달려든다.
안간힘을 다해 날개를 최대한 펼쳤다.
노리는 자보다 몸집이 무려 100배는 크다.
겁에 질진 녀석은 공격을 멈추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놈은 날카로운 발톱을 박고 예리한 이빨로 물어뜯는다.
하필 몸을 관장하는 머리가 박살 나고 있다.
완벽한 대칭, 날개 양쪽의 선명한 무늬가 안쓰럽다.
산누에나방의 삶은 여기까지인가.
자연에 간섭하지 말자고 떠 벌이던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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