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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24 06:01 (금)
145. 규중칠우쟁론기 (조선후기 )- 네 이웃을 항상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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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규중칠우쟁론기 (조선후기 )- 네 이웃을 항상 조심하라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8.18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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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하면 닮는다고 한다. 그래서 맹자는 집을 세 번이나 옮겼다. 사람 잘 사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검은색과 어울리면 인품도 그렇게 된다. 사람만이 아니다. 함께 사는 동물도 주인이 사나우면 성질이 개판이다.

동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물건도 따라 한다. 무생물도 인간종을 닮아 자랑질에 여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무참하게 깎아내려야 한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살기 때문이다.

시기와 질투는 덤이다. 안채 깊은 곳 규방에 일곱 벗이 모였다. 말이 벗이지 이들은 원수가 따로 없다. 서로 내 공이 네 공보다 낫다고 대판 싸움질이다. 하는 꼬락서니가 꼭 인간과 다를 바 없다.

먼저 자가 나선다. 무엇을 재는데 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자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뜸 긴 허리를 재며 옷 짓는데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뽐낸다.

그의 이름은 그냥 자가 아니라 척 부인다.  과연 말답게 척부인은 가는 명주, 굵은 명주, 삼베와 모시 등 옷감의 길고 짧음, 넓고 좁음을 단번에 잰다.

척부인의 자랑질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옷을 지을 때 자가 없어 재지 못한다면 내 몸에 맞는 옷은 언감생신이다. 자의 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등공신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

그러나 자만 있다고 옷을 만들 수는 없다.

여기서 교두 각시라는 멋진 애칭을 가진 가위가 나선다.

길고 예쁜 두 다리를 빨리 놀리면서 자를 꾸짖는다. 네가 아무리 잘 재도 제대로 잘라 내지 못하면 어떻게 결과가 나오지? 그야 뻔한 것이다. 옷은 사람의 몸으로 가는 대신 산으로 갈 것이다.

내 공만 크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가위의 말은 정당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세뇨 각시 바늘이 버럭 화를 낸다. 가는 허리를 구부리며 날랜 부리로 소리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 꿰어 쓸 수 없지 않은가. 재빨리 움직이는 바늘이 없다면 옷은커녕 걸레 조차 만들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 말을 엿듣고 있던 청홍 각시 실이 버럭 화를 낸다. 실없는 바늘은 천리는 커녕 일리도 갈 수 없다.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바꿀 만 하다. 따지고 보면 바늘의 공은 실의 공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난데 없이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

얼굴에 주름 투성이인 골무 감투 할미가 나타났다. 가소롭다는 표정이 얼굴 가득하다. 바늘을 깊이 밀어 넣는 손가락 보호용 골무가 없다면 옷감을 제대로 이을 수 없다.

감투 할미는 오래 산 사람답게 옛말을 인용하는데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는 말로 청홍 각시를 질타한다.

세요 뒤나 따라다니는 주제에 자랑질이 왠말이야, 손을 번쩍 하늘로 치켜들고 힘차게 구호를 외친다. 늘 세요의 귀에 찔리지만 낯가죽이 두꺼워 견딜만한 한 할미 다운 소리다.

노인이라도 시기와 질투와 자랑질이 없다면 바람직한 인간종이 아니다 . 이런 노인은 어떤 노인의 말마따나 늙었다고 봐줘서는 아니, 아니 된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인화 낭자 인두가 버럭 고함을 지른 것은 그 때다.

너희들 싸우지 말고 내말 들어라. 싸움에 위 아래가 있던가. 이기고 보는 것이 쟁땡인 것은 규중칠우들은 잘 알고 있다. 할미라고 봐주지 않는다 .

반말로 싸움을 건 인화낭자는 누비 바느질이 누구 때문에 고운가, 홈질로 꿰맨 옷의 솔기 역시 나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 곱겠는가.

이런 질문 아닌 질문을 던지면서 나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 곱겠는가 하고 역시 질문형으로 다른 이들을 개무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느질 솜씨가 나빠 천이 꾸겨져 있어도 인화 낭자의 손바닥이 한 번 누르기만 하면 잘못된 흔적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누구나 안다 .

인화 낭자가 뽐내기를 끝내자 마자 어디선가 너털웃음 소리가 들린다 .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울 낭자 다리미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다.

경쟁자인 인화를 매몰차게 대하는데 바느질 한 곳만 다리는 너와 달리 나는 주글주글한 옷 전체를 볼기 한 번 스치면 반듯하게 펴지는 고운 모양이 된다고 감히 나를 빼놓고 옷짓기를 논하느냐고 큰 소리 탕탕친다.

낮잠을 자던 이 집 부인이 싸우는 소리에 잠이 깼다.

하도 같잖아서 자던 잠이나 다시 자려고 하다가 생각하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한낱 물건인 주제에 인간을 빼놓고 자기들끼리 자랑질이라니 츳츳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부인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화가 난 부인이 벌떡 일어나서 한 마디 쏘아붙인다.

너희들이 자신의 공으로 옷을 짓는다고 떠들고 있으나 그 공이란 것은 사람 하기에 달린 것인데 어찌 그리 우기기만 하느냐, 하고는 일곱 벗을 매몰차게 밀친다.

그러고는 배개를 베고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

잠든 것을 확인한 일곱 벗은 기가 찬다.

아무리 사람이라고 해도 남의 공을 가로 챌수는 없는 법.

매정하고 인정머리가 없다. 옷을 지을 때면 우리부터 찾으면서 다 짓고 나면 자기 공만 알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부인을 나무란다.

이번에도 자가 제일 먼저 입을 연다. 게으른 종 잠 깨울 때는 나를 매로 쓰면서도 허리가 부러지는 것도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교두 각시도 척 부인 편을 든다. 옷감 자를 때는 나 아니면 안 되는데 잘 드니 못 드니 하면서 내던지고 양다리를 잡고 흔들고 정말 그럴 때는 불쾌하고 노엽기 짝이 없다고.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던 세요 각시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손에 부대끼며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며 원수가 따로 없다고 화를 낸다.

약한 허리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몸을 놀려 옷 짓는 것을 돕는데 마음대로 안된다고 허리를 부러뜨려 화로에 집어 넣는다고 세요는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 규중칠우공론기라고 할만큼 서로 자기 공 자랑이 대단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용서를 비는 대목은 아쉬운 대목이다. 끝까지 그러지 못한 것은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이리라.
▲ 규중칠우공론기라고 할만큼 서로 자기 공 자랑이 대단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용서를 비는 대목은 아쉬운 대목이다. 끝까지 그러지 못한 것은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이리라.

참다 못해 손톱 밑을 찔러 피를 내게 하지만 그것도 못하게 감투 할미가 밀어내면 속상해서 견딜 수 없다 .

인화가 듣고 보니 틀린말이 하나 없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달구어 지지는 형벌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동병상린의 마음에 울 낭자도 자신도 같은 처지라고 원망을 털어 놓는다.

자, 여기까지 사람을 의인화한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일곱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사람처럼 감정을 대입해 만든 이 우화는 이런 저런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어떤 이는 조선의 당쟁을 빗댓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잘난체 하는 남자들이 본받으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한다 .

모두 그렇듯 하다.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들이 두루 들어 있다.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긴박감이 가득하다.

<조침문>의 저자와 동일인이라고 하나 추측일 뿐 저자 미상이고 연도도 조선중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후기 철종 때 나온 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 서로 자랑질 하다가 사람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일곱 벗의 행태는 같은 목적을 가진 무리가 가져야 할 보통의 인식이다.

결국 인간에게 손가락질이 가는 것은 필연이다. 그러면 그 인간의 다음 행동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잠에서 깬 부인은 칠우가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데 참을 수 없을 분노를 느낀다.

앞서 자랑질에도 내가 없으면 너희들은 필요없는 존재라가 깎아 내렸을 때 짐작할 수 있었지만 잠에서 깨고 나서도 이들을 꾸짖는다.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뜬 부인은 니들이 지금 내 흉을 보니? 하고 언성을 높이며 불쾌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감투 할미가 갑자기 용서를 빌고 나온 것이다. 인간에게 대들기는커녕 무릎꿇고 용서를 빈다. 칠우에게 감투 할미는 배신자가 따로 없다. 무리의 이익을 위해 뭉치지는 못할망정 배신을 때렸으니 용서 할 수 없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미는 젊은 것들이라 생각이 없어 부인을 원망하고 있다고 마땅히 곤장을 칠 일라고 부인 편을 든다.

부인은 마지 못해 내 손가락 성한 것이 할미 덕이니 할미의 공을 잊지 않게 비단 주머니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 그러려고 그랬던지 할미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려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

그렇다면 일곱 벗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할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무리에서 배척했을까, 아니면 할미처럼 용서를 빌지 못한 자신들의 행동을 부끄러워했을까. 소설이 더 길어 졌다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됐을지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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