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03 17:58 (일)
흥정을 끝낸 물건을 물리는 것은 상도의가 아니었다
상태바
흥정을 끝낸 물건을 물리는 것은 상도의가 아니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8.05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태의 뒷모습이 조금 걸렸으나 용순은 하려던 일을 마저 했다. 그러기 전에 배가 고프다고 찡얼대는 성일에게 우선 국밥 한 그릇 먹일 참이다.

자신도 그래야 한다. 새벽부터 서두른 까닭에 속이 허전했다. 마늘도 팔았겠다, 애써 기분 좋게 모자가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국밥집은 그곳 터줏대감이라고 할 만한 천웅 대양 국밥에서 하기로 했다. 사실 그곳은 마늘 상점에서 불과 1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정태가 팔았던 마늘 상점과 주인이 같은 가게였다. 남편은 농산물을 싸게 사들여 팔고 처는 국밥집을 했다.

알짜 부자라는 소문이 천웅은 물론 인근 천대까지 파다했다. 그곳 안 사람은 손이 야무졌다. 음식이 정갈하고 푸짐해 장날은 늘 붐볐다.

그녀는 흥정이 끝난 마늘값을 더 받은 용순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전혀 그런 표정을 짓지 않고 형님 오셨슈 하면서 반갑게 맞았다.

나이도 비슷한데 얼추 따져 보니 두 어살 아래라서 자신이 먼저 그렇게 불렀다. 그것이 장사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용순은 간혹 그녀에게 복조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악착같이 값을 따질 때는 따지더라도 주고 싶은 사람에게는 공짜로 주는 것을 용순은 좋아했다.

오늘은 성일뿐만 아니라 위로 형 둘과 누나까지 대동했다. 식구가 다섯이다. 이러면 용순은 대개 네 그릇을 시켰다. 그러면 아낙은 알아서 한 그릇을 더 내왔다.

물론 제값을 받는 것과는 내용물이 달랐으나 충분히 허기를 면할 정도였다. 하지만 용순은 오늘만은 다섯 그릇을 시켰다.

형님 네 그릇만 시키소, 했으나 그녀는 다섯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할 때 용순은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까짓 국밥 한 그릇 정도라는 만족감이 배어 있었다.

성일은 신났다. 엄마도 당당히 한 그릇을 시킨 것이어서 다른 사람 보기에도 자랑할 만했다. 어떤 사람은 어른 둘이 와서 한 그릇을 시키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늘은 호떡 사달라고 조르지 말아야지.

어린 성일은 국밥을 먹으면서 한 손에 쥐고 있던 알록달록한 윗도리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돈을 많이 썼어. 그러니 호떡은 다음에 먹자.

성일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런 생각에 빠져서 성일은 아낙이 오늘 형님이 좋은 마늘도 주셨는데 하나는 공짜라고 한 번 더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용순이 지지 않고 오늘은 다섯 그릇, 하는 소리만 들었다. 그 말이 성일은 그렇게 듣기 좋았다.

오늘은 다섯 그릇.

용순은 좋은 마늘 줬다는 심지 있는 말을 이해했다. 흥정이 끝난 물건을 물리는 것은 장사치가 아니러다로 상도의에 맞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 흘리고 나중에 내가 예쁜 복조리 해 오면 그때나 줘, 하고 받았다.

그러면 할 수 없지, 하는 표정으로 아낙이 뒤돌아서 주방으로 돌아갈 때 그녀는 뒷다리에 힘이 붙는 느낌이었다.

이런 장사라면 할 만했다. 용순에게 마늘값을 더 준 것이 불만이었으나 밥 한 그릇을 온전히 시키자 아낙은 얼굴은 물론 마음도 펴졌다.

집에 돌아온 용순은 오늘 사온 커다란 대야에 무를 숭숭 썰어 넣고 깍두기를 담갔다. 장에서 오자마자 쉴새 없이 일에 매달렸다. 정태를 위해서는 동태찌개를 만들었다.

무엇이나 잘 먹는 정태지만 얼큰한 동태찌개를 정태는 더 좋아했다. 장터의 일은 잊고 저녁을 두 그릇 해치운 정태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사실 정태는 그날 그냥 집으로 직행한 것이 아니었다. 용순 때문에 화가 났던 정태는 집으로 향하면서 기분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마늘값을 더 받아낸 용순이 자신보다 살림이 낫다고 그녀를 속으로는 추켜 올렸다. 반감은 사라졌다.

그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할 일은 언제나 있었다. 소 여물도 줘야 한다. 정태가 오기만을 소도 기다릴 것이다. 그는 그런 생각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부지런한 몇 사람이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 객줏집에 하나 있었는데 아쉬운 사람들은 그곳에 들러 목을 축였다.

멀리서도 술꾼들의 왁자한 소리가 들려왔다. 병태가 그곳에 있으려나, 정태는 그런 생각을 했고 우연히 마주치면 술값을 내주려던 오랜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