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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역지침 무시한 건보공단 콜센터 집회, 씁쓸함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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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역지침 무시한 건보공단 콜센터 집회, 씁쓸함 가득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1.07.24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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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늘(23일) 오후 2시부터 강원도 원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결국 강행했다.

강원도 원주시의 방역지침에 의하면 23일은 ‘1인 시위’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800명 규모(총 신고인원 기준)의 대면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이다.

앞서 원주시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23일과 오는 30일 원주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23일 0시부터 8월 1일까지 10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고, 집회는 1인 시위만 가능한 4단계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민노총은 원주시의 이 같은 조치가 국민의 집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모임을 밀어붙였다.

민주노총은 이미 전날 집회를 강행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그 당위성을 피력했다.

민주노총은 어제(22일) 논평을 통해 “23일 공공운수노조 주최 결의대회는 강원도와 원주시의 방역지침에 따라 100인 이하 집회로 8곳에 집회신고를 했다”면서 “신고지 사이 거리는 500m인데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 “23일 원주 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려 했고, 정상적으로 신고도 마친 상황이었다”며 “이후 코로나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집회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을 열어 두고 경찰과 협의 중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원주시가 집회금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나섰다”면서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함으로 인해)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원주시가 져야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가 많은 이들에게 쉽사리 공감대를 얻진 못할 듯하다.

만약 9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지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8인용 테이블을 8m 간격으로 두고 64명이 모이려는 보통의 단체도 이처럼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4단계’가 적용되기 한참 전에 식당을 예약했으니,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예정대로 강남역에서 저녁모임을 가지겠다고 말하는 4명의 대학동창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집회의 권리는 민주주의사회의 소금이다. 그렇기에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에서는 개인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도 보장한다. 어떠한 권리가 더 무게 있고, 더 앞선다고 말할 수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의 코로나19 4차 유행은 3차 유행에 비해 그 규모가 2배 이상으로 크다. 3차 유행 당시 일평균 확진자 수는 66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410명(7월 7~22일) 수준이다.

특히, 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입장을 낸 어제(22일)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이틀 최고치를 경신하며 16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한 날이었다. 위중증 환자 증가 추세도 관찰됐다. 4차 유행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더군다나 원주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강원도청이 발표한 22일 강원도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62명이었는데, 이 중 원주(23명)가 가장 많았다. 두 번째인 강릉(14명)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이럴 때 전국 각지에서 모여 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은 지역주민들은 자체적으로 1600여명의 집회 반대 서명을 모아 원주시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가 내놓은 말은 “23일과 30일 집회 자제와 취소에 대해 열을 올린다. 취소할 수 있다”였다. 단, 여기에는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리고 결국 집회를 강행했다.

건보공단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업체 소속 직원(콜센터 노동자들)을 공단이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 나은 노동환경을 얻기 위한 것이다.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투쟁과는 결이 다르다.

그럼에도 집회 참가자는 물론 지역주민과 지역상권 등 다수의 안전을 담보로 잡고, 방역지침을 무시하며 강행할 만큼 급박한 것인지 묻고 싶다. 머지않은 후일을 도모할 순 없었던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 모두는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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