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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박대를 들어 올리는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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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박대를 들어 올리는 그의 얼굴엔 자부심이 넘쳤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7.05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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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저 사람도 나처럼 돌고만 있군. 나는 겨우 두 바퀸데 세 번째 돌고 있어. 나보다 더하군.

장돌뱅이들은 속으로 이런 말을 하면서 어쩌다 만나는 얼굴이 자신보다 형편이 못하거나 그도 자신과 같은 처지라면 곧 표정을 바꾸고 그려 장 잘 보고 가게나 하고 멀찍이 떨어진다.

마치 그와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쓴 입맛을 다셔 보지만 그래도 여기를 떠날 수없다. 장날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또 만나면 이번에는 모른 척한다. 그도 그렇게 외면을 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얼굴을 찾아 그들은 왔던 길을 뻔질나게 드나든다.

그런 장동벵이가 있는가 하면 진짜로 물건을 파는 장돌뱅이도 있다. 그들은 비록 보잘것 없는 것이지만 최고의 상품이라도 되는 양 갖은소리로 사라고 싸니가 거저 가라고 지껄인다.

순진한 사람이 정마로 거저 주는지 물어보면 아따 이 양반아, 이 가격이면 거저 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면서 흥정을 붙이려고 든다.

걸려들어 마지못해 사는 사람도 있고 미안하지만 그럴 형편이 못되 돌아서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상인은 재수없다는 듯이 손을 앞으로 까불면서 파리를 쫓는 시늉을 한다.

맞으편 상인은 그 때를 노려 그 손님을 붙잡고 귀에 대고 속삭인다. 그 보다 좀 싼 가격을 부르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혹해서 산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간혹 그런 어수룩한 농군이 있다.

그는 아까 그 상인보다 싸게 샀다고 좋아하지만 실상은 그들은 한패다. 서로 팔아주고 파는 신세인 것은 순진한 농부는 삽을 들고 저만치 가면서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상인들이 많은 이문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이 곳 사람들의 형편을 빤이 안다. 그래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 봤자 팔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적당한 마진만 붙인다.

단 돈 일원이라도 싸게 산 농부의 마음을 그들도 알기 때문에 상인도 농군도 서로에게 속으로는 마음이 푸근하다. 그들은 쉬지 않고 입을 놀린다. 거저 가져가유, 거저유 거저하고 떠드니 입이 닫힐 날이 없다.

잠시도 다물지 못하고 떠들어 대고 지껄여 대다 보니 말솜씨는 타고났다기보다는 저절로 얻어진다. 한결같이 그럴싸하게 말을 해대는 말주변이 장동뱅이들의 또다른 특기다. 그들은 입을 놀리면서 눈은 매의 눈을 하고 있다. 

지나는 사람을 척 보기만 해도 호구인지 아닌지 나름대로 판결을 내린다. 돈 많은 양반 부스러기 호구라면 조금 비싸게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원체 노랭이라면 원가 부근에서 판다. 

사실 원가라는 것은 인건비 빼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싸게 팔아도 그들은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 팔고 나서 자리를 털 때 장돌뱅이의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이런 재미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표정이 얼굴 가득 들어있다.

서천에서 오는 늙다리는 항상 말린 생선을 가지고 다닌다. 지게를 풀어서 그것을 꺼낼 때는 마치 보물을 다루듯이 소중히 한다.

여보게, 김씨 오늘은 또 어떤 물건 가지고 왔나 하고 물으면 보물이여, 보물 하고는 진짜 보물을 손에 쥔 듯이 그것을 땅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비록 돗자리 위지만 그는 이것은 거기에 놓일 물건이 아니라는 듯이 두 손으로 가지런히 정리하는데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한 달내 말린 것이여, 이것 먹으면 입맛이 싹 돌아.

그는 말린 박대를 들어 보이면서 이렇게 실한 것이 없다는 듯이 얼굴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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