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23:03 (금)
371. 에이리언2(1986)-찌질한 남자와 위대한 여전사
상태바
371. 에이리언2(1986)-찌질한 남자와 위대한 여전사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6.23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편을 건너뛰고 속편을 소개하는 것은 전편 없이도 속편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뒤집은 몇 안 되는 영화( 여기에는 오래전에 소개한 터미네이터 2가 포함된다.) 가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은 <에어리언 2>가 되겠다.

상상가능한 공상과학의 소설 속 이야기들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는 것은 공포라기보다는 신비로움의 연속이다.

무려 57년 만에 타임캡슐 속에서 긴 수면의 후유증을 털고 극적으로 구조돼 깨어난 리플리( 시고니 위버)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우주 공간으로 다시 돌아갈 운명이다.

그곳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들 때문에 제의를 거절했으나 대개 그렇듯이 그녀는 어떤 당위성 혹은 인류애 같은 거창한 구호에 떠밀려 처음과는 다른 결정을 한다.

20년 전에 개척된 우주 식민지로 향하는 그녀는 담담한 표정이다. 그녀의 이 표정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 준다.

무사히 혹성에 착륙한 우주선이 보여주는 모습은 황량한 벌판의 쓰러진 잔해들로 이곳에서 이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엄선된 대원들이 벌이는 행동은 기세등등하다. 기죽지 않고 놈들을 끝장내려는 각오가 대단하다.

그 세가 더 셀수록 비참함의 강도는 그에 맞먹거나 능가하기 때문에 감독은 일부러 그런 주문을 했을 것이고 대원들 역시 주어진 임무를 거침없이 완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엄청난 근육을 자랑하며 예술의 경지로 임무를 완수할 그들의 거침없는 행동은 이후 벌어질 전투의 치열함을 예고한다.

그러나 그 각오와 결심과 행동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귀신도 잡는 우주 해병대는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개인 화기로 무장했음에도 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끈끈한 점액질을 뿜으며 공격하는 괴물의 공격 앞에 특수부대의 군인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각자도생에 빠져 저 살기에 바쁘다.

지휘계통은 무너지고 마구 총질을 해대는 오합지졸의 병사들이 그들이 되겠다.

그렇다고 그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그런 원시 생명체를 만나면 허둥댈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그들을 욕하기보다 괴물의 위력에 몸을 사리는 것이 합당하다.

문어처럼 생겼지만 먹음직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것이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다급하게 쫓아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큰 머리, 가는 몸통에 매달린 잘 발달 된 여러 개의 다리를 앞세우고 괴성을 지르며 공격해 오면 인간이라면 혼이 빠지기 마련이다.

쫓고 쫓기다 마침내 길고 강력한 촉수로 인간을 감아올리면 관객은 배우만큼이나 혼비백산에 들어간다.

누가 이런 괴물 앞에서 웃고 떠들고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녀석을 죽이기까지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런 의문에 답을 줄 강력한 전사가 등장한다.

▲ 시고니 위버는 괴물앞에 무력한 남자들을 제치고 당당한 여전사로 거듭난다.
▲ 시고니 위버는 괴물앞에 무력한 남자들을 제치고 당당한 여전사로 거듭난다.

남자도 아닌 리플리( 시고니 위버)가 되겠다. 그녀는 잘난척 하는 남자들로부터 백설공주는 고문관인가 하는 비아냥을 받고 심지어 어린애 취급까지 당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허풍을 떨다 죽어 자빠진 남자 대원들을 제치고 괴물과 당당히 맞선다. 자기 키보다 큰 무기를 들고 돌격 앞으로 할 때 누가 남녀를 차별할 수 있는가.

1개 중대의 화력과 맞먹는 화염방사기와 유탄발사기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기어이 꺾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그녀의 눈은 살의로 번득인다.

삽탄하기 위해 노리쇠를 후퇴 전진할 때면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총신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원시 생물의 존재를 부정했던 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그녀의 의지는 가히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다.

짐작하겠지만 그 열의는 좌절되지 않고 관철된다. 그러기까지의 과정은 당연히 험란하다. 험란하다 못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면 실현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쉽다면 영화가 재미있겠는가. 그 와중에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모성은 관객들의 감성을 호소하고 적을 더 잔인하게 만드는 장치로 손색이 없다.

돈만 밝히는 장사꾼의 방해 공작도 따돌려야 한다.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번식하는 괴물을 샘플로 혹은 연구목적으로 지구로 어떤 식으로든 가져가고자 하는 상인의 과욕을 부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간편 차림으로 남자도 들기 벅찬 M60의 두 개 정도 크기인 거대한 자동 소총을 한 손으로 다루는 괴력을 발휘한다. 시고니 위고의 활약은 이후에 나오는 여전사들의 롤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영국, 미국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시고니 위버, 랜스 헨릭슨

평점:

: 랜스 헨릭슨이 비숍으로 분한 인조인간의 모습도 관객들은 오래 기억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주저했을 결정을 심장이나 이성에 의하지 않고 현실로만 결정하는 장면은 로봇이 가진 장점이 때로는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가 인간을 위해 내장을 드러낸채 반토막의 모습으로 죽어갈 때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한편 혹성의 우주여행과 착륙 후 특수 전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 등은 영화의 새로운 볼거리를 충분히 선사하고도 남는다.

메마른 우주의 어느 공간을 연상했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20년 전에 우주를 개척할 정도로 우수한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인간은 그러나 지금 현실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고 지배하려 하고 지배하고 싸우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그런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돈이 최고여서 여전히 생명보다 돈을 밝힌다. 변하지 않는 속성에서 과연 인간종은 그 어떤 종보다 특이하고 보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우주 식민지 개척은 그런 연장 선상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가 우주에 정착하고 나서도 우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지구에서 벌어졌던 것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을 거라는 짐작은 틀리지 않고 맞아 떨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