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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재물의 신과 사랑의 신 (1907)-진실을 위해서는 우물의 바닥까지 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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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재물의 신과 사랑의 신 (1907)-진실을 위해서는 우물의 바닥까지 뒤져야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5.2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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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돈을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랑을 얻고 싶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누회사의 공장장이며 은퇴한 경영자 록웰 영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없다는 돈의 힘을 믿는 재물 신봉자다.

왕년의 비누왕 답게 돈에 눌려 살 정도다. 얼마나 돈이 많은지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도 1,100만 달러를 바로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24시간 안에 말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에 빠진 아들이 있다. 그는 부자 아버지를 두고도 검소하게 생활하는 건실한 청년이다. 사고도 바르다. 돈으로 못하는 것도 있다고 믿는 순진성도 있다.

아버지가 보기에 그런 아들은 한심하지는 않아도 돈의 위력을 제대로 모르는 한마디로 세상 물정에 서투른 풋내기에 불과하다.

언제나 돈에다 돈을 거는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반박하기 위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는지 백과사전까지 찾아봤고 부록까지 뒤져도 없다는 확신을 한다.

그런 아버지에게 아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예를 들어 차분히 설명한다. 그 예라는 것은 사랑이겠다. 답답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랑의 기술을 전수한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차를 타고 시골을 간다거나 교회서 돌아오는 길에 데려다준다고 하면서 그런 틈을 이용해 사랑하는 여자에게 청혼하라고 충고한다.

아들은 그럴 기회가 전혀 오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사교계를 돌리는 물레방아의 물과 같아 시간 약속을 얻어내기 어려워 그럴 기회를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편지를 보내도 될 것인데 아들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 그런 일은 차마 할 수 없다고 풀이 죽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사랑이고 시간임을 아들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이 사랑하는 그녀는 2년 동안 머물 예정으로 모레 배편으로 유럽으로 떠난다. 아들이 청혼할 기회는 한 번뿐.

그는 어렵게 그녀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극장 앞까지 마차로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단 6분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이 시간에 사랑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내 청혼을 받아 주시오, 하기에는 너무 짧다. 아들은 체념으로 기분이 우울하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돈의 위력을 믿는다. 아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시간을 살 수 없고 심하게 엉킨 실타래 같은 경우는 결코 풀 수 없다고 낙담한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달래면서 시간을 지배하는 신도 발꿈치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금을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음식만 아니라 시간도 돈으로 배달될 수 있다는 신념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고모가 찾아 왔다. 고모 역시 오빠처럼 돈이라면 하도 많아 지겨워 죽을 정도다. 돈 쓰는 것이 제일 쉬운 고모지만 오빠와 달리 조카에게 새로운 사랑 처방법을 내놓는다.

▲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반지다. 어머니가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주라고 맡겨둔 반지를 조카에게 주면서 이것을 손에 끼고 여자를 만나러 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반지는 너무 작아 새끼손가락에 끼어도 두 번째 마디에서 멈춘다. 아들은 다른 남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것을 빼서 조끼 주머니에 넣고 사랑하는 그녀를 마차에 태운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조금 가다가 그는 반지를 잃어버린 사실을 깨닫고 잠시 말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다시 반지를 찾아 마차에 탔다. 그 시간은 불과 1분 정도였다.

그 사이 큰일이 벌어졌다. 마차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교통체증이 일어난 것이다. 화물 마차, 우편 마차에 이어 배달 차, 트럭, 전세 마차, 짐 마차, 전차 등이 한 데 뒤엉켰다.

이것이야말로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체증이었다. 아들과 연인이 탄 마차는 극장은커녕 한 발자국도 앞으로나 갈 수 없다.

그 시간이 단 6분이 아닌 무려 두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골백번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아들은 청혼했을 것이고 그 청혼을 여자가 받아들였을 것이다.

결과가 이렇다면 재물의 신이 사랑의 신을 이기지 못하고 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오 헨리가 괜히 오 헨리인가.

도로에 엉킨 마차를 보던 구경꾼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뉴욕 시민도 이런 교통체증은 처음이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데 그런 갑작스런 체증의 원인이 궁금하지 않은가.

: 궁금증은 여기서 풀자.

그러기 전에 고모가 오빠에게 한 말을 잠깐 옮겨 본다. 고모의 말을 통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 사랑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겠다.

“참된 사랑 앞에 재물이란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이다. 오빠의 황금으로도 아들의 행복을 살 수 없다.”

돈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돈의 위력을 자랑 말라는 고모의 이 말은 참말인가.

돈과 상관없는 참된 사랑의 가치, 작은 반지 하나가 영원한 애정을 가져왔으니 진정한 사랑에 비하면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고모의 말 말이다.

하지만 교통체증은 우연히 일어났을까.

반지를 잃어버린 것은 우연이라고 치자. 그 우연을 진정한 사랑의 행운으로 치자. 그렇다면 교통체증까지 우연이었을까.

이 독후감은 오 헨리식 표현을 빌리면 여기서 끝내는 것이 맞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도 같은 생각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우물의 밑바닥까지 뒤져야 한다.

사건이 벌어진 이틀 후 아버지에게 손님이 찾아 왔고 아버지는 그 손님에게 1,000달러와 손님이 쓴 돈 300달러까지 얹어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손님에게 자넨 설마 돈을 업신여기지 않겠지, 하고 너털웃음을 지었고 손님은 이렇게 대꾸했다.

“가난을 만들어 낸 자를 두둘겨 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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