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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양이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차벽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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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양이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차벽을 내리쳤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5.04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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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왜 죽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을 알아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걸렸어도 정확한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죽인 자 역시 죽었기 때문이다. 대신 죽인 자 옆에 있었던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상황을 짐작해 볼 뿐이었다.

수사관보다 더 높은 추리력을 가진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공기를 타고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호기심 많은자들 가운데 일부는 그 소식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알리기 위해 허둥댔다.

마치 자신이 정보를 독점한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소문을 듣고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떻지 미리부터 궁금해했다.

그들은 잡히기를 바라지 않는 도둑처럼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발걸음을 재촉했고 신흥종교의 전파자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조곤조곤 말하는 그들의 표정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겁에 질려 있었으나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의지는 날로 더해졌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위해서는 자신의 귀를 말하는 사람의 입에 거의 갖다 대야 할 정도였다.

성일의 발걸음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은 다리 때문에 삼 일 굶은 사람처럼 뱃가죽이 등 뒤로 당겨졌고 그럴 때마다 휘청거리는 정도가 심해졌다.

버스를 탈 걸 그랬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 때는 갑자기 찾아온 발작의 신호가 왔는지 다리 뿐만아니라 상체도 떨려왔다.

애도 대신 학교에 가는 자신을 향한 신의 저주가 내려졌는가.

천성일이 지금 뭐 해?

분노한 반신반인이 하늘에서 소리쳤다. 놀란 성일은 소리를 내는 하늘을 보기 위해 그쪽을 향해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자 몸은 더 휘청거렸고 거센 태풍과 맞서는 것처럼 버티고 서는 것이 한계에 다다랐는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바람은 그대로였다.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뒤로 밀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떻게 해서 승강장 까지 왔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초인의 힘으로 성일은 다른 사람들 뒤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서 있는 사람들 역시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몸을 앞으로 잔뜩 구부렸다. 학교까지 세 정거장을 남기고 성일은 걷는 것을 포기했다.

그때 구리행 338번 버스가 도착했다. 성일은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차에 겨우 올라탔다. 안내양이 출발을 알리는 신호로 차벽을 세 번 쿵 쿵 쿵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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