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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0-06 18:20 (목)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부끄러운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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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매우 부끄러운 상태는 아니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4.1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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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됐다.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어제 일어난 일은 오늘 일상을 바꿔 놓았다.

그 시간은 짧았으나 아래로부터 무언가가 확실히 감지됐다. 먹었던 음식이 조금씩 조금씩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슬픔이었다. 어떤 복받치는 것이 있어 그대로 놔두면 위로 폭발할 것만 같았다.

흐르는 눈물로는 부족했다. 붙잡고 통곡하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차라니 아무 데나 대고 소리라고 질러야 했다. 지나는 사람은 원수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듯이 누구라도 서로 치고받아야 했다.

용기가 부족해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어렵게 들었던 손을 세게 아래로 내리쳤다. 서러운 곡이 따라왔다.

내리치는 손과 가슴 저미는 곡소리에 맞춰 상체가 흔들렸다. 가벼운 바람에도 몸을 떠는 강변의 작은 갈대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흔들거렸다.

그런 분위기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아직 덜 전염된 곳을 찾아 스펀지처럼 스며들었다. 온 나라가 이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라고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성일의 몸이 가벼울 리 없었다. 성일은 빠르게 걷는다고 했으나 더딘 걸음이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앞으로 나가는 것이 버거웠다. 맞바람을 받으며 태풍과 맞서는 격이었다.

그래도 울컥거리는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진정되기보다는 두근거림이 더 심해졌다. 심장의 벌컥거림이 언덕에서 쿨럭거리는 자동차 엔진처럼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위태로웠다.

이런 때는 울어야 한다. 대책이 그것 받게 없다. 시원하게 뭉친 것을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출 필요는 없다. 움직이면서 하는 슬픔이 더 깊은 법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성일은 실제로 울었다. 바로 눈물 한 방울이 찔끔 흘러내렸다. 한번 시작하자 눈물은 이미 그어놓은 줄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우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성일은 간혹 그렇게 울었다.

어린 시절 성일은 울음을 달고 다녔다. 울보 별명은 저절로 따라왔다. 누가 뭐라고 하거나 꾸짖는 시늉만 해도 눈물이 금새 볼을 탔다.

이 순간 하염없이 울었던 유년의 기억은 생생하다. 이상하게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편했다. 시원하게 배변하고 났을 때의 안락과 같은 것이었다.

이 얼마만의 눈물인가.

지금은 그때처럼 마음 놓고 울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는 신호를 성일은 지키고 있다. 파란 등에 건너는 것처럼 성일은 걸으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지 않았다.

지나가는 어떤 사람들은 아직 그런 상태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다가가서 왜 그러지 않느냐고 따지고 싶었다.

땅을 치며 통곡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웃는 표정은 아니어도 그다지 슬픈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도처에서 흐느끼다가 울부짖어야 하는데 어른들은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 성일은 그런 어른들은 본받을 필요가 없고 되레 누군가에 혼을 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는 사람이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러기보다는 그들의 몫까지 대신 울어주기로 했다.

생각 같아서는 속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흐느끼거나 자지러지는 쪽을 택했는데 그렇게까지는 차마 하지 못했다.

잠에서 막 깬 아이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것처럼 엉엉 울지 못한 것은 용기 부족이었다.

아이 옆에 아무도 없어 우는 아이를 나무랄 사람이 없는데도 성일은 아이가 응당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매우 부끄러운 상태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됐다는 정도는 아니어도 자신은 어느 정도 할 만큼은 하고 있다는 위안을 삼았다.

여전히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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