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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지금 이 순간을 놓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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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 지금 이 순간을 놓쳐선 안돼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3.2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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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더 좋은 남자로 만들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그러면 이런 대사는 어떤가.

“당신은 최고로 멋진 여자다. 나는 그것을 아는 유일한 남자다.”

설사 그가 악한이라고 해도 이때만큼은 여자의 마음이 흔들린다. 아니 그의 품에 안겨 평생을 함께 하고자 하는 욕망이 불끈 솟는다.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은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유달(잭 니콜슨)이 캐롤(헬렌 헌트)에게 이런 명대사를 날 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위 대사만 보면 둘의 관계는 일사천리로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다.

유달은 정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의사에 따르면 그의 병명은 강박 신경증이다. 신경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그의 행동거지는 점잖기보다는 신경질 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대개의 짐작은 맞아 떨어지듯 유달은 신경질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한마디로 남들이 싫어할 짓만 골라한다. 괴물이 있다면 그에게 딱 어울린다.

크게 뒤틀린 인생이다. 베베 꼬였다. 누가 눈만 마주쳐도 주먹이 먼저 나갈 것같은 시한폭탄이다. 그래서 서두에 나온 유달의 말은 백 마디 말 중 한 마디에 불과하다. 어쩌다 우연히 나온 것에 불과하다.

외출이라도 할 때면 뒤뚱뒤뚱 걷다가 펄쩍 뛰기 일쑤다. 길에 밟아서는 안 될 무엇이 있거나 병균을 옮기는 바이러스 같은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람이 식당에서는 제대로 식사를 할까. 평소 앉은 자리만 고집하고 누가 자기 자리에 앉아 있을라치면 코만큼 식욕도 큰가 하는 따위의 속된 표현으로 손님을 쫓아낸다.

▲ 미녀와 야수의 만남이 따로 없다. 누가봐도 아닌데 앞으로 나아가는 두 남녀의 조합은 기이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괴물의 순수를 미녀가 보았기 때문이다.
▲ 미녀와 야수의 만남이 따로 없다. 누가봐도 아닌데 앞으로 나아가는 두 남녀의 조합은 기이하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괴물의 순수를 미녀가 보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일회용 수저와 스푼은 늘 챙겨온다. 외식은 다른 사람의 식기를 대신 쓰는 것이라는 점잖은 대꾸는 안중에 없다.

주문은 늘 같은 것이다. 한 가지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말에는 나나 당신이나 당신 아들이나 다 죽는다고 쏘아붙인다. 여태껏 잘 참던 웨이트리스 캐럴은 아들이라는 말에 독기를 품는다.

한 번만 아이를 입에 올리면 죽여 버릴 기세다. 아무 말이나 막 하고 상대의 기분 따위는 개나 주라고 덤벼대던 유달도 이때만큼은 ‘야코’가 죽는다.

얘기가 나와서 말인즉 캐럴의 어린 아들은 천식으로 심각한 상태다. 한 달에 5~6번은 응급실행이다. 남편도 없이 친정엄마와 사는 헬렌의 고단한 삶은 안 봐도 안다.

이런데 유달까지 시비를 거니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유달은 늘 그 식당에서 헬렌의 주문과 서빙이 없이는 식사를 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유달은 옆 방에 사는 젊은 화가와도 사이가 좋지 못하다. 게이라고 그를 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욕까지 일삼는다.

그의 그림 중개상인 파트너에게도 막말을 일삼는다. 그러다가 '나는 험하게 컸다, 우리 할머니는 당신보다 더 지독하다'고 대들면 그제서야 한 발 물러선다.

유달 같은,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한 자를 대할 때는 이래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충고처럼 말괄량이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그보다 몇 배 더 말괄량이 짓을 해야 한다.

어쨌든 유달은 이런 인물이다. 그런데 속마음은 섬세하다. 그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싶은 욕망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끝마무리를 위해 골머리를 싸맬때면 영락없은 예술가의 모습이다.

한 번은 게이 화가의 강아지를 맡기도 한다. 처음에는 혐오해 쓰레기통에 버렸으나 나중에는 애지중지하는 것만 봐도 그의 천성은 원래 나쁘지 않았다.

그 즈음 헬렌은 식당을 그만두었다. 유달이 식사할 곳이 없어졌다. 그는 그녀를 찾는다. 그리고 사정한다. 헬렌은 다시 출근하고 유달의 소설 작업은 속도를 낸다.

어느새 유달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도 유달을 그러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자 아닌 보통의 남자 친구를 원하는 그녀의 소원은 그와 2박 3일 여행을 하는 것으로 이뤄질 기미다.

그러나 복병이 등장한다. 동행한 게이 화가와 그녀의 관계가 급속하게 진전된다. 그러나 게이는 그녀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애초 그녀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모두 잠든 새벽 거리를 두 중년의 남녀가 함께 걷는다. 어디선가 구수한 빵 냄새가 풍겨온다.

유달에게 이 순간만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의 신경강박증도 마찬가지다. 이 상태만 유지하면 된다. 그렇다면 캐롤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지금인가. 관객들은 아마도 그럴 것이다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감독: 제임스 L. 브룩스

출연: 잭 니콜슨, 헬렌 헌트

평점:

: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의 연기가 돋보인다. 두 명의 남 녀 주인공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차지했다. (잭 니콜슨은 1976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이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바 있다.)

주인공들의 연기 대결이 볼 만 하다. ( 헬렌 헌트는 조디 포스터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양들의 침묵>에 나왔던 그 조디 포스터인가 착각했다.)

괴물과 천사의 만남, 킹콩 유달을 사랑하는 미녀 캐럴의 만남은 야수와 인간의 만남에 버금갈 만하다. 그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진정과 순수는 미녀의 마음을 춤추게 한다.

우리는 간혹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괴물을 사랑하는 천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괴물의 속을 알고 나면 인간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인간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괴물에게서 발견할 수 있기에 우리는 괴물을 사랑하는 미녀를 이해하고 격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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