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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타그리소 꼬리만 잡는 급여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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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타그리소 꼬리만 잡는 급여기준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1.03.20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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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폐암까지 적응증 확대...급여는 여전히 진행성 폐암 ‘2차’ 치료
국립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 “좋은 치료제 먼저 쓰는 것이 기본”

“가장 좋은 치료제를 가장 먼저 쓰는 것이 항암치료의 기본이다.”

3세대 EGFR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에서도 조기 폐암까지 적응증을 확대한 가운데, 여전히 진행성 폐암 2차 치료에 머물러 있는 급여기준을 두고 쓴소리가 나왔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대표 김상표)는 19일, 타그리소의 국내 출시 5주년 및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최초 수술 후 보조요법 승인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간담회에서는 국립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과 연세의대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가 폐암의 현황 및 AURA에서 FLAURA, ADAURA로 이어지는 타그리소의 주요 임상 연구와 그 의미를 되짚었다.

▲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9일, 타그리소의 국내 출시 5주년 및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최초 수술 수 보조요법 승인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9일, 타그리소의 국내 출시 5주년 및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최초 수술 수 보조요법 승인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타그리소는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억제제로, 1, 2세대 EGFR 억제제보다 EGFR 민감성 변이(Exon19del, L858R)에 대한 선택성이 높아 정상적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를 억제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뿐만 아니라 1, 2세대 EGFR 억제제와 달리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 투과율이 높고, 1, 2세대 EGFR 억제제로 인해 발생하는 주요 돌연변이인 T790m 변이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효과를 바탕으로 타그리소는 이전에 EGFR 억제제로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AURA 임상에서 표준치료(페메트렉시드+백금화학치료) 대비 우월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 2015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FLAURA 연구에서 이전 EGFR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1세대 EGFR 억제제와 직접 비교에 나서 월등한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개선 효과를 입증, 미국국립종합암센터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권고하는 EGFR 억제제가 됐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중 최초로 조기 폐암(1b, 2, 3)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위약군보다 월등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 지난해 FDA에 이어 지난 2월 국내에서도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했다.

타그리소가 이처럼 1, 2세대 EGFR 억제제를 넘어 조기폐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 재발 억제 효과에 있었다.

뇌혈관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1, 2세대 EGFR 억제제와는 달리 타그리소는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아 중추신경계 전이가 있는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는 물론, 중추신경계 전이를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ADAURA 연구에서 타그리소는 무질병생존율(Disease Free Survival, DFS)을 병기별로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끌어 올렸다.

이와 관련 연세의대 홍민희 교수는 “타그리소가 폐암의 자연 경과 자체를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대조군과 비교해 질병의 진행 위험을 80% 이상 줄였다는 것은 표적치료에 연구 중에서도 전례없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ADAURA 연구는 타그리소의 치료효과가 대조군에 비해 초기부터 상당한 차이를 보여 조기에 종료됐으며, 당시 검토위원회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타그리소의 적응증이 진행성 폐암의 1차 치료를 넘어 조기 폐암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 급여 기준은 여전히 2차 치료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FLAURA 연구의 하위분석과 관련이 있다. 아시아인에서는 1차 치료에서의 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는 연구에 참여한 아시아인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일본의 이질적인 임상 진료 패턴 탓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절제 불가능한 4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임에도, 절제 가능한, 다시 말해 예후가 좋은 환자들이 포함되면서 대조군과 통계적 차이를 희석했다는 것.

특히 이러한 환자들이 대조군에 더 많이 포함되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데이터를 희석했다는 것이 한지연 최고연구원의 분석이다.

ADAURA 연구에서는 타그리소가 수술 후 투약 환자에서 전례 없는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지만, FLAURA 연구에서는 수술 후에 EGFR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포함되면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

여기에 더해 일본에서는 임상적 의미가 크지 않은 작은 폐렴 병변에도 타그리소로 약제를 변경, 대조군 가운데 적지 않은 환자들이 타그리소로 치료를 이어가 통계적 차이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지연 최고연구원의 설명이다.

FLAURA 연구의 이질적인 하위분석 결과가 일본의 임상 패턴의 영향이라는 가설은 최근 발표된 FLAURA China 연구를 통해 힘을 얻었다.

중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유사한 설계로 진행된 연구 결과, FLAURA에서의 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재확인된 것.

이와 관련,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지금까지 EGFR 억제제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인종간의 예후 차이를 보고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면서 “FLAURA 연구에서의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는 일본에서만 시행되는 독특한 치료 패턴이 낳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합당하게 치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인 하위분석 보다) 글로벌 데이터와 비슷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암질환 치료의 원칙은 가장 좋은 치료제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 것”이라며 “가장 좋은 치료제를 모든 환자에게 가장 먼저 투약할 수 있어야 좋은 나라”라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1, 2세대 EGFR 억제제보다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 타그리소의 급여 범위를 2차 치료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아직까지 타그리소 치료 후 재발한 환자에서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은 마땅치 않은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지연 연구원은 “1, 2세대 EGFR 표적 치료제 사용 후 타그리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T790m 변이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그 중에서도 일부만 치료가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개발된 약제 중 치료효과가 가장 좋고 모든 방면에서 분석해도 비열등하다면 첫 번째로 쓰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타그리소 내성에 가능성을 보인 후보물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유한양행)는 얀센의 EGFR-MET 이중항체 아미반타맙과 병용요법 임상 1상에서 타그리소 내성에 36%의 반응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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