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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빠져 나간 세포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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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빠져 나간 세포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3.1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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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잤는지 자고 일어나면 대충은 짐작이 간다. 소대장은 아직 잠을 자고 있다. 아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몸이 아직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그러고 싶어도 참으라고 속삭인다. 그 말을 따라야 한다. 손해 볼 것이 없다.

더 자야 한다. 게오르규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꼬박 하루 정도는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잠으로부터 작은 해방이 찾아올 것이다.

해방은 스스로도 오지만 가만히 있어도 온다. 그러니 이제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깰 때까지 자는 도리가 최상이다.

무난하게 하루 6섯시간 이상 잠을 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4,5일 정도 한 두 시간 혹은 서너 시간 그도 아니면 하루를 꼬박 날을 세운 상태라면 잠의 세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된다.

그까짓 잠이 아니다. 죽음과도 바꿀만한 것이 잠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온 소대장은 방해받을 일 없는 상태에서 계속 잠을 자고 있다.

자고있는 동안 그의 몸속 장기들이 하나씩 회복하고 있다. 거의 꺼져 가던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던 근육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위가 서서히 움직인다. 소화 시킬 것이 없어 저절로 움직임을 멈추었던 위장이 갈매기를 소화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잘게 부서진 갈매기 잔해는 그의 몸 속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죽었던 모든 것을 살려 놓는다.

모처럼 신난 위는 자신도 쓰임새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그래야 한다.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다.

이제 잠에서 깨면 소대장은 손을 뻗거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혼이 나가 미치광이였던 정신의 혼란이 수습된다. 얽힌 실타래가 풀어질 때 소대장은 자신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그렇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언가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이 돌아오면 자연히 몸도 그렇게 될 것이다. 소대장은 깰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한나절이 가고 있다. 물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날은 좋다. 밤의 기온도 영상 10도 이상이다.

낮에는 그보다 배 정도 기온이 올랐다. 소대장은 그런 기온 때문에 몸의 세포가 거진 빠져나갔어도 죽지 않고 살았다.

나간 세포는 스스로 채워지고 있다. 위장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죽은 세포들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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