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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고 나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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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고 나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기대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3.1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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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로 누웠는지 엎어져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가물거리는 정신에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다.

어떤 자세로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소대장은 다시 잠의 깊은 세계로 빠져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것이 없었다.

다른 할 것을 찾거나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우선 몸을 추스러야 한다. 몸이 말을 들어야 정신이 움직인다.

사람들은 정신에 따라 몸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상적일 때 하는 말이다. 소대장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보다는 몸이 우선이다.

몸이 살기 위해서는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런 것을 소대장이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는 정신력으로 몸을 끌어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억지로라도 눈을 한번 떠보고 싶었다. 보이는 사물이 어떤 것이라고 뇌로 전달해 줄지 궁금했다.

그는 겨우 눈을 떴다. 본드로 붙여 놓은 것을 억지로 떼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열린 눈꺼풀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그런데 하늘은 검은색이었다. 검은 하늘은 비를 불러 온다. 그러나 그가 느끼기에 아직 따스한 햇살이 몸을 비추고 있다. 해가 있고 날이 좋다는 뜻이다.

왜 검게 하늘이 보였는지 모른다. 맑은 날에 검은 하늘은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해가 있으면서 하늘의 색깔이 검은색일 수는 없다. 그러나 소대장은 거기 까지는 생각이 이르지 못했다. 다만 아무려면 어떤가. 그는 하늘을 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만족했다.

이런 것은 뚜렷한 의식 가운데 나온 것은 아니다. 사라져 가는 빛바랜 종이처럼 희미하게 뇌로 간신히 전달됐을 뿐이다.

뜬 눈을 다시 감았을 때 이번에는 영롱한 빛이 사방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처럼 그것은 어둔 가운데서도 반짝였다.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순간 이동한 소대장은 어둠보다는 빛이 좋았다. 그러나 빛 때문에 잠을 자기 어려웠다.

일념은 오직 잠을 자는 것이었다. 먹고 나서 기운을 차리지 못한 것은 잠으로 채워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확실히 그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자기 전과 자고 난 후는 완전히 달랐다. 소대장은 그런 달라진 자신의 모습 속에서 무언가 해야 할 일을 구상했다.

그러나 그 구상은 한 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멈췄다. 잠의 세계로 소대장은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수면이었다. 마치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푹신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기온도 자기에 알맞았다.

가벼운 솜이불 속에서 소대장은 지금까지 이런 잠은 없었다는 듯이 가벼운 코를 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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