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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로 그는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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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태로 그는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3.0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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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처럼 좋은 것은 없었다. 자고 나면 기분 전환이 된다.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몸도 그렇다. 그러니 자기 전과 자고 난 후가 같다고 할 수 없다.

전과 후가 이렇게 바뀌는 것도 흔치 않다. 소대장이 잠이 깼을 때는 어둑한 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은 한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거나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빠르게 무슨 행동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었다.

설사 달라진다고 해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그대로 막 잠이 깬 상태에 불과했다. 그런 상태는 따뜻한 온기를 조금 더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야 할지 말 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대장은 판단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상태로 엎드린 그대로 조금 더 있었다.

멍 때리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또 잠을 잔 것 같다. 그러나 이번의 수면은 지난번과 비교하면 아주 짧은 것이다. 길지 않고 짧은 것은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소대장은 일어나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 생각에 따라 몸을 일으켰다. 손을 짚고 상체를 세웠다. 그러자 푸른색의 바다가 보였고 그 바다의 끝에 삼켜지기 직전의 태양의 모습이 있었다.

푸르고 붉은 것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소대장은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무언가 몹시 허전한 것이 있었고 그것이 배고픔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라도 하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자빠진 갈매기 시체에 눈을 주었다. 왜 그것이 자신의 옆에서 죽어있는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는 그것으로 요리를 하기 전에 불을 피워야 했다. 불에 구워 먹어야 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생것의 날것을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불을 피울 성냥이나 라이터가 자신에게 있는지 호주머니 속으로 손이 들어갔다. 그러나 나온 것은 모래알이 전부였다.

그는 그런 것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았다. 불을 피울 수 있다. 모국어처럼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번쩍 정신을 들게 했다.

돌을 부딪치자.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손에 굳은 피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있는 대검으로 손을 뻗었다. 다행히 검은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

그는 대검으로 마른 나무를 깎고 역시 마른 풀을 손을 뻗어모았다. 풀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불을 피우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몇 번 문질러 연기가 나고 불이 붙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소대장은 기력이 없는 상태다. 온 힘으로 두 손에 잡은 나뭇가지를 서로 비벼댈 힘조차 없다.

그러나 그래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굶어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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