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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이 이번에는 눈을 향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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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들이 이번에는 눈을 향해 다가왔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24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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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뒤늦게 알아차렸다. 모든 늦는 것은 후회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갈매기들은 더이상 평화롭지 않았다.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높게 떠서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던 평화로운 날갯짓은 사라졌다.

그들은 범인으로 엎어져 있는 한 인간을 주목했다.

갈매기가 보기에 세상 물정 모르는 인간이 거기 있었다. 남의 알을 도둑질하고서도 태평할 수 있을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지 모르고 잠이나 자는 저런 인간을 갈매기들의 놔 둘리 없었다.

그들은 사라진 자신의 알 8개를 찾기 위해 먼저 소대장의 등 짝에 똥을 싸질렀다. 그것은 그들이 제대로 복수하기 전에 벌이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묽은 똥이 낡은 군복 위에 떨어져 내렸다. 두 마리가 번갈아 서로 질세라 싼 것은 복수의 마음이 암수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양은 많지 않았다. 싼 양이 적다고 해서 복수의 강도가 낮은 것은 아니었다.

갈매기 부부는 속에 있던 찌꺼기 까지 다 쏟아 내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주고 두 번째 똥을 소대장의 등위에 발사했다. 이번에도 조준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 번의 똥 공격을 받고도 소대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충격이 있을리 없었다.

그러나 냄새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짐승처럼 갈매기 부부는 소대장의 등 짝에 분노의 표식을 확실히 새겨 놓았다.

잠에 빠졌던 소대장이 눈을 뜬 것은 바로 냄새 때문이었다.

더 자도 시원찮을 판국에 몸을 돌려 바로 누운 것은 더 자기 위해 자세를 바꾼 것이 아니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소대장은 눈을 뜨고 냄새의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 원인이 발견되면 그것을 제거하고 마저 부족한 잠을 자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소대장의 오랜 습관이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할 것이 있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버릇이 이곳 해변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습관이라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는 일어서지 않고 누운 채로 주변을 살폈다.

부하들이 있나 살펴 보는 것은 아니었다. 흐미한 의식 가운데서도 여기에는 그가 명령할 부하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그래서 그는 부하를 부르는 대신 자신이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냄새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갈매기 알을 생각했다.

자신이 돌로 덮어 놓았던 그 알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팔을 뻗고 돌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

이때도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은 피곤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는 것이 육체의 피로를 더는 일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돌을 들어 올리고 마침내 눈보다 새하얀 알들을 확인했다. 그 순간 손가락에 무언가 강한 충격이 왔다.

충격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었다. 날개를 치고 퍼뜩거리고 먼지를 일으켰다.

그 순간 그 냄새가 다시 소대장의 코로 들어왔다. 그것은 성난 파도처럼 급작스럽게 코로 들어와 역겨움을 일으켰다.

손의 아픔과 여전히 손위에서 먼지를 일으키는 갈매기들의 준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그 냄새였다.

소대장은 인상을 쓰면서 손에 붙은 갈매기를 떼어내기 위해 팔을 들었다. 그러나 갈매기들은 여전히 손에서 떨어지지 않고 발톱을 더 깊이 살에 박아 넣었다.

아픔은 피로써 나타났다.

겨우 눈을 뜨고 손을 보자 손등의 피가 낭자했다. 소대장은 더 지체할 수 없었다. 갈매기들이 이번에는 눈을 향해 다가왔다.

한 손을 굽혀 두 눈을 가린 그는 갈매기가 붙은 다른 한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가 대검을 꺼냈다. 그 때까지 갈매기들은 떨어지지 않고 소대장이 팔을 움직이자 그대로 딸려왔다.

집에서 대검을 꺼낸 소대장은 잽싸게 몸을 돌려 남은 한 손으로 갈매기의 목을 잡았다. 순식간에 갈매기 두 마리를 제압했다.

소대장은 다시 엎어졌다.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잠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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