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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냄새를 맡으며 그는 어린시절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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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냄새를 맡으며 그는 어린시절로 빠져들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1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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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작은 바람에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제 멋대로였다.

그는 그대로 놔두었다. 딱히 어디로 가야 한다고 정해 놓은 목적지가 없었으므로 바람 가는 데로 몸을 맡겼다.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가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다. 녀석의 비행은 멋졌으나 먹이를 덮칠 때는 아니었다.

그저 배고픈 한 마리 짐승일 뿐이다. 자신은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었다. 겨우 배나 채우려고 눈을 부릅뜰 이유가 없다.

눈에 힘이 빠지자 그는 다시 한번 자유를 느꼈다. 마치 하늘에 떠있는 연처럼 평화가 찾아왔다.

소대장은 자신이 연이 되어 하늘에 걸려 있다고 생각했다. 연줄을 풀면 더 높이 올랐고 감으면 지상에 가까웠다.

누군가 아래에서 연 자세를 놀렸다. 감고 싶으면 감았고 풀고 싶으면 풀었다. 그때마다 소대장도 몸을 움직였다.

그는 그렇게 무한정 하늘에 있고 싶었다. 배고픈 줄 모르고 연을 들고 들에 나온 꼬마처럼 연을 날리는 것으로 배는 저절로 채워졌다. 가벼운 것은 이 때문이었다.

속을 비웠으니 새처럼 날 수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뼛속까지 그러고 싶었다.

문득 소대장은 눈을 떴다. 앞에 있는 것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그러자 파도가 넘실거렸다.

그 사이로 삐죽 솟은 검은 돌기둥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는 편 팔을 오므리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했다.

물속 깊이 들어가리라.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처럼 물속 천 리 길로 들어가고 싶었다.

바닷속은 깊을수록 좋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껌껌한 어둠 속에서 영원히 잠겨 있어야 한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볼 수도 없을 때 한결 자유롭다.

이제 더는 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지점까지 왔다. 물씬 풍기는 갯내음이 코를 간질였다. 얼마 만인가. 바다 냄새를 맡으며 그는 어린 시절의 한 자락으로 빠져들었다.

바다는 그에게 추억이었다. 삶이었고 놀이터였으며 친구였다.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 어머니 품속으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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