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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9 11:48 (금)
기류에 몸을 맡긴 독수리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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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류에 몸을 맡긴 독수리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1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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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 것이 없는 것은 가진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 가졌기 때문에 되레 그렇게 된 것이다.

소대장은 지금 자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고 여겼다.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마음이 들자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좋겠다 싶었다.

오로지 가지고 싶은 것은 자유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힘이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이런 힘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힘을 믿었고 그 힘에 따른 의지 역시 믿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도 필요 없다.

불어오는 바람이 거꾸로 선 머리카락을 움직인다. 그러더니 수직으로 뻗은 손처럼 곧추선다. 그 사이로 삐져나온 작은 실오라기 하나가 얼굴을 간질인다. 이리저리 뺨을 타고 흐르다가 콧구멍 근처에 머문다.

재채기가 나올 것 같다. 갑자기 튀어나온다. 참지 않고 시원하게 내뱉는다.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재채기처럼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것이 이렇게 순식간에 해결됐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은 부질없다. 세상만사 인간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숨을 쉴 수 없어 고통으로 일그러졌는데 머리카락이 재채기를 일으켰고 그것이 시원한 숨으로 이어졌다.

숨을 쉴 수 있자 파도와 그 사이의 검은 물체들이 일으키는 하얀 포말이 싱그럽다.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소대장은 최대한 몸을 일직선으로 쫙 폈다. 다이빙이라면 자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은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른 대안이 없을 때 손쉽게 자신과 타협하는 방식이다.

숨구멍이 뚫리자 시원한 바람이 목구멍을 통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럴 때는 끝까지 쉬어야 한다. 폐 깊숙한 곳까지 밀고 들어오도록 몸을 활짝 폈다.

마치 상공 오천 피트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전사처럼 그렇게 뒤로 몸을 뒤로 젖혔다. 소대장은 날고 있었다. 기류에 몸을 맡긴 검독수리처럼 그는 몸을 이리 저리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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