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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0 06:03 (토)
다이빙 선수처럼 소대장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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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선수처럼 소대장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2.0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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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닮은 하늘은 푸른색이었고 그 사이로 구름 들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떠 있었다. 다들 있어야 할 자리에 그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는데 그것이 소대장은 마음에 들었다.

간혹가다 갈매기도 날았다. 저쪽으로 갔던 것이 눈높이로 바로 다가올 때면 새똥이 떨어져서 이마에 맞으면 좋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했다.

똥을 밟거나 맞으면 기분 좋은 일이 일어 날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소대장은 뜬 눈을 감지 않고 계속 뜨고 있었다. 볼 수 있는 것은 봐야 한다. 나중에 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눈에 힘을 주고 다른 볼거리는 없는지 주의 깊게 하늘을 응시했다.

그 순간 몸은 다시 거꾸로 서기 시작했다. 무거운 머리가 자연스럽게 몸의 위치를 바꿨다. 자리 바꿈이 일어나자 소대장은 물구나무선 모습으로 다시 변신했다.

팔을 대지 않고 다리를 벽에 기대지 않고도 머리가 저절로 아래로 향한 것이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다. 소대장은 다이빙 선수처럼 두 팔을 모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속도에 가속력이 붙어 더 빠르게 아래로 질주했다. 하늘 대신 이번에는 바다의 푸른 물결이 보였다. 넘실거리는 파도 사이로 삐죽 삐죽 돌기둥이 솟아 있었다.

눈을 감기보다는 눈을 뜨고 있기를 백번 잘했다.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았더라면 어쩔뻔했나. 저런 풍경을 보고 감탄하지 못했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소대장은 마음이 평온해 지고 있음을 느꼈다. 다 내려놓으면 이런 상태가 된다. 빛의 세계를 떠나 검은 암흑의 세계로 굴러떨어진들 무엇이 아까울까.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다 했으므로 후회를 해서는 안된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했을 때나 하는 후회를 지금 이 순간 소대장은 하고 싶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에 소대장은 자유를 느꼈다. 완전한 자유가 그의 온 몸을 사로잡았다. 새처럼 자유로울 때 인간은 두려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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