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빠져나와야 할 것이 그대로 안에서 머물고 있을 때 소대장은 답답함을 느꼈다. 커다란 가래가 숨구멍을 막고 있어 구역질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가락을 넣어 숙취 환자처럼 인위적으로 구토를 시도해 볼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으로 느끼는 꽉 막힌 것뿐이었다.
둑이 막혔을 때 터줘야 한다. 둑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터주지 않으면 넘쳐 흐르고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홍수 사태를 맞는다. 소대장은 자신의 목에 걸린 숨구멍을 누군가가 터주기를 바랐다.
자신이 할 수 없으니 남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내 손가락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가락이 목구멍으로 들어와 거기 걸려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한다.
숨을 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으로 소대장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숨을 멈추고 싶었다.
쉴 수 없는 숨이라면 멈추는 것이 온당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겨우 목숨을 걸쳐 놓고 있는 숨이라면 그것이 어디 숨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쉬려는 노력을 포기하자 소대장은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어떤 노력을 통해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희망을 가질 수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소대장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철봉에 매달린 팔은 언젠가는 놓을 수밖에 없다. 몸은 버틸 수 있는 한계 까지만 버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철봉에서 손을 놓을 때 소대장은 그것이 마사토 바닥의 운동장이 아닌 천길 낭떨어지 인 것을 알았다. 철렁이는 파도와 파도 아래에 있는 날카로운 암벽이 소대장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