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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2-27 06:01 (화)
열렸던 걷이 닫히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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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던 걷이 닫히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1.01.2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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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을 뜨고 감는 것도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저절로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스스로 눈꺼풀이 열리고 세상이 보였다. 잠시 후 열렸던 것이 닫히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다.

얼마나 그런 시간이 지났을까. 소대장은 누군가가 흔드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드나, 황소위.

그런 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성이 황씨인 것을 소대장은 새삼 깨닫았다. 성이 황씨라고 황이라고 아이들이 놀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황이라는 별명은 고등학교 때까지 따라다녔다. 야, 황. 친구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들은 결코 황 다음에 따라붙은 철구라는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그냥 황이었다. 이번에도 소대장은 자신의 이름이 온전히 불려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황철구 소위라고 불러주면 어디가 덧나는가.

소대장은 가물거리는 의식에서도 자신의 이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인가. 내가 나인 것은 알겠으나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존재론적 질문은 아니다. 있어야 할 곳에 응당 있겠지만 어디인지 알지 못할 때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정신 차려, 황소위.

다시 누군가 황을 부르면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분명했다. 저번의 것이 기연미연했던 기억의 혼동에서 왔다 갔다 했다면 지금은 부름은 명확한 것이었다.

그는 관등성명을 댔다.

네, 소위 황철구.

그는 이등병처럼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입 밖으로 제대로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경례를 멋들어지게 올리면서 끊어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과 직책을 다시 한번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소리는 목구멍 속에서 머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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