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10:12 (금)
회색의 막사를 엄마는 하염없이 바라봤다
상태바
회색의 막사를 엄마는 하염없이 바라봤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1.19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사자 명단에 빠진 아들을 보고 엄마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살아 있구나. 그럴 줄 알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죽어도 내 아들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다. 당장이라도 어디선가 달려 나와 엄마하고 부를 것만 같다.

실제로 그런 음성이 들린다. 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그 소리에 엄마는 급하게 뒤돌아본다. 어이구 내 새끼, 그러나 내 새끼는 거기에 없다.

그와 비슷한 청년들이 분주히 움질 일 뿐이다. 그들은 급히 왔다 갔다 하지만 활력이라기보다는 무엇에 쫓기는 듯하다. 그럴 것이다. 전쟁터이니 학교 운동회와 같을 수는 없다.

깃발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청백전은 힘이 넘쳤다. 그러나 여기는 운동장이 아니고 전쟁터다. 순간적으로 엄마는 착각했다.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 엄마는 내 아들이 살아있다면 다른 누구보다다 제일 먼저 고향 집으로 전보를 쳐달라고 지휘관에 부탁했다.

말이 부탁이지 그건 애걸이었다. 이 말을 엄마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103번은 넘게 했을 것이다.

알았어요. 어머니. 그렇게 해드릴 테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이른 아침에 찾아와서 해질녁 까지 부대 근처를 서성이는 엄마에게 지휘관은 이렇게 다독였다.

지휘관 역시 같은 대답을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이제는 더 있을 수가 없다. 어두워 지면서 부대는 민간인들을 부대 밖으로 밀어냈다.

더 버티면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 정신나간 여자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작정하고 일어섰다.

마지 못해 자리를 뜨면서도 엄마는 자꾸 뒤돌아봤다. 회색의 막사를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그렇게 했다.

아예 눈에 집어 넣고 기억이 사라질 때마다 빼서 보기라도 하려는 듯이 엄마는 한때 아들이 생활했던 부대를 눈 속에 집어 넣었다.

그 큰 것이 작은 눈에 들어왔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엄마는 그렇게 떠났다.

엄마가 떠나고 나서도 아들은 산 중의 어느 곳에 그대로 엎어져 있었다. 정신이 들었는지 나갔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소대장은 자신의 지금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 답답했다.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았다면 부상을 당했는지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알려고 몸부림쳐도 자꾸만 제자리 걸음이다. 의식은 들어왔다 나갔다 혼란을 가중했고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이러니 죽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