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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3-05 17:53 (금)
전사가 아닌 실종으로 처리하기를 소대장은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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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가 아닌 실종으로 처리하기를 소대장은 바랐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1.01.1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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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있다.

수도 없이 갈라져 하나의 소리가 여러 개로 나온다. 나중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제 목소리가 아니다. 아니 사람의 소리라기보다는 짐승이 울부짖는 비명이다.

평생을 같이 살았던 사람도 그 목소리의 임자를 알지 못한다. 곱고 자상하던 것은 사라지고 자신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괴음이 몸속에서 밖으로 나온다. 언어 학자도 처음 들어보는 허스키한 소리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의 어느 소리를 떠올려도 그와 근접하기는커녕 비슷 조차 않는다. 세상에 처음으로 나온 새로운 소리다. 그만큼 자식 잃은 어미는 모든 것을 잃었다.

목소리가 없으니 자식은 불러도 뒤돌아 보지 않는다. 이제 엄마와 자식은 돌이킬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부르면 달려올 것 같던 금쪽보다 더 귀한 자식은 사라지고 없다.

엄마는 그 자식을 이제 가슴에 묻어야 하나 자꾸만 뒤로 미루기만 한다. 기적이라는 것이 일어날 것을 믿는다. 죽었던 사람이 살아왔다는 옛날이야기가 사실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엄마는 자식을 가슴에 묻고 날마다 아침을 먹이고 잠을 함께 잔다.

엄마의 마음에서 아들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다. 소대장은 지금 이 순간 엄마가 그립다. 내가 총을 맞았고 곧 피가 흐르고 아픔이 온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자신도 남들처럼 그렇게 죽는다. 지금 이순간 자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를 위해서는 죽어서는 안 되지만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될 것인가.

차라리 전사 통보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면 엄마는 죽을 때까지 어디선가 살아있을 아들의 무운장구를 빌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정신 나간 짓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소대장은 차라리 그게 나았다. 그는 급하게 중대장을 찾은 시늉을 했다. 그리고 나는 죽은 것이 아니라 실종된 것으로 해달라고 간청한다. 실종자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그 명단을 엄마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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