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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홍그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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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홍그루 교수
  • 의약뉴스 신승헌 기자
  • 승인 2020.12.28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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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파브리병은 조기에 진단하고 잘 관리하면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는 질환입니다. 당뇨병과 다를 게 없어요. 검사하고 치료하는데 거부감을 가지지 마시고, 환자라면 가족들에게도 검사를 권해주시길 바랍니다.”

 

의약뉴스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홍그루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희귀질환으로 알려진 ‘파브리병(fabry disease)’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브리병이란

▲ 연세의대 홍그루 교수.
▲ 연세의대 홍그루 교수.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제 A(α-galactosidase A)라는 효소가 적거나 아예 없어서 체내에 글라보트리아오실세라마이드(GL-3)가 축적돼 신체 조직과 기능을 손상시키면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인슐린이라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 체내 당이 제대로 대사되지 못하는 질환인 ‘당뇨병’과 비슷한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당뇨병의 합병증은 주로 혈관에 생기지만 파브리병은 혈관 외에도 신경계, 심장, 신장을 비롯한 모든 장기에서 발생한다.

 

유전질환인 파브리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손발 통증, 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 각막혼탁, 혈관 각화종, 심장과 신장의 이상 등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어린 나이의 남자가 손끝과 발끝이 저린 정도가 아니라 타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낀다면 파브리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파브리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가 있는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는 남성 파브리병 환자는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나고 그 정도가 심하다. 

 

반면,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은 증상이 늦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아버지가 파브리병 환자인 딸은 100% 파브리병을 가지게 된다.  

 

◇가장 중요한건 ‘빠른 진단’...국내 현실 아쉬워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 유병률이 4만명당 1명 정도라고 했다. 그렇다면 국내에도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12월 기준으로 집계된 환자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홍 교수는 “파브리병에서 가장 중요한건 빠른 진단인데,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파브리병이 여러 가지 장기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과 관련한 진료과를 찾게 되는데, 환자가 방문한 의료진이 파브리병에 대해서 잘 알지 않는다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처음 발병한 후 진단되기까지 평균적으로 10~15년 정도 걸린다는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은 유전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외래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많은 의료진이 병에 대해 알아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며 “질환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숨은 환자를 찾으려면 각 임상과에서 진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단이 늦어지는 두 번째 이유로는 ‘유전질환에 대한 우리나라의 부정적 인식’을 꼽았다. 홍 교수는 “해외에서는 파브리병 환자 한 명이 진단되면 가족스크리닝을 통해 4~5명이 추가로 진단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가 10명이면 10가족이다. 유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가족스크리닝을 안 하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파브리병은 치료만하면 충분히 일반인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서 “빨리 진단돼야 파브리병으로 인한 장기손상정도가 적어지고 합병증 가능성도 낮아질 뿐 아니라 치료경과도 훨씬 더 좋다”고 강조했다.  

 

파브리병 검사는 소량의 혈액만으로 가능해 굉장히 쉬운 편이다. 검사비 또한 무료다. 

 

특히 홍 교수는 남성 환자는 일찍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어려서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항체가 생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쓸 데 없는 걱정’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항체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중화항체라고 해서 흔히 약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항체가 생기는 경우는 파브리병에서 드물다. (임상 사례에 비춰보면) 치료는 빠르게 시작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또, “‘파브라자임’, ‘파바갈’, ‘레프라갈’, ‘갈라폴드’ 등 다양한 치료제가 있고, 스위칭도 가능하기 때문에 항체가 생기는 것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 파브리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그루 교수.
▲ 파브리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홍그루 교수.

◇“주사제보다 경구용 치료제가 나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파브리병 치료는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를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을 통해 이뤄졌다. ‘파브라자임’, ‘파바갈’, ‘레프라갈’이 이럴 때 사용하는 치료제다.

 

그러다 지난해 6월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파브리병 경구용 치료제 ‘갈라폴드’가 도입됐다. 파브리병 환자가 집에서 약을 복용하며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홍그루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라면 편의성이 높으면서도 효소대체요법과 비슷하거나 우월한 치료결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파브리병 치료는 당뇨병 치료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뇨병을 치료할 때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는 10~20%에 불과하며, 대부분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한다. 경구용치료제는 몸 안에 있는 인슐린의 활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파브리병 환자도 마찬가지로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가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닌 활성도가 떨어져있다면 몸속에 있는 효소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경구용 치료제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 교수는 “효소대체요법은 2주에 한 번 모든 환자가 같은 용량으로 주사를 맞게 되는데, 약제의 농도가 2주간 몸에 같은 농도로 남아있기는 어렵다. 환자마다 유전자형이나 질환의 양상이 다를 수 있는데 같은 용량으로 치료하는 것도 다소 의문이 있다”면서 “경구용 치료제는 이틀에 한 번 일정한 시간에 먹기 때문에 체내 약제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효소대체요법은 경구용 치료제와 달리 오한, 발열 등의 주사반응이 일어날 수 있고, 효소대체요법 치료환자 중 40~70%에서는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서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구용 약제의 장점이 뚜렷한 가운데 홍 교수에 따르면,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지 않고 갈라폴드를 복용한 나이브(naïve) 환자와 효소대체요법에서 갈라폴드로 스위칭한 환자를 비교한 임상 결과, 갈라폴드는 효소대체요법과 동등한 효과를 입증했다. 심장지표의 경우 오히려 갈라폴드를 사용했을 때 더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다. 

 

경구용 치료제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 파브리병 치료에서 효소대체요법과 갈라폴드의 비용 차이는 몸무게를 기준으로 했을 때 75kg 이상인 환자라면 주사가 1년에 1억 5000만원 정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갈라폴드를 모든 환자가 사용할 순 없다. 순응변이가 있는 파브리병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전체의 20~30% 정도다. 

 

◇파브리병 치료제 급여기준 개선해야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 치료와 관련한 제도적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치료에 있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지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경구용 치료제가 2차 치료제로 지정돼 있다는 것이다. 즉, 1차 치료제로 주사를 통한 효소대체요법을 시행한 후 효과가 없으면 경구용 치료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2주에 한 번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건 시간을 자유롭게 내기 어려운 직장인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현재는 경구제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와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처방기간 제한도 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제도개선이 필요한 또 하나는 치료시기에 관한 것이다. 현행 급여기준에 따르면, 파브리병은 표적장기(target organ)에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는 치료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홍그루 교수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진단을 받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나 보험급여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없다”면서 “다른 병은 진단을 받으면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와 예방을 하라고 하는데, 파브리병은 확실하게 여러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만 보험급여적용이 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워낙 고가의 약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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