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장은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아직 몸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이 몸을 앞서 나갔다.
땅에서 배를 떼고 전력 질주해야 한다. 땅 냄새를 맡으며 냄새가 좋다고 주절댈 시간이 없었다.
한시가 급했다.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상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더 절박하고 더 위험하고 더 심각했다.
이것은 아마도 혼자이기 때문에 느끼는 고독감이 더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빗발치는 적의 총탄을 뚫고 ‘돌격 앞으로’를 감행할 때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대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행동한다는 동지 의식을 지금은 가질 수 없다. 오로지 혼자만이 세상과 떨어져 있다.
총을 맞더라도 맞은 사람보다도 더 벌벌 떨면서 총구멍을 막아줄 사람도 없다. 걱정하는 눈빛과 놀라움 때문에 되레 총 맞은 자가 위로해 주는 그런 상황도 올 수 없었다.
정신 차려, 넌 살 수 있어, 라고 소리치는 거짓 희망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소대장은 더 급하게 움직여야 했다.
난 죽었다. 소대장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다. 죽은 몸이 살아 있으니 죽어도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자 용기가 솟았다.
가자, 전투기의 기총 소사와 폭발물을 피하자. 소대장은 몸을 땅에서 떼어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은 적을 공격하는 아군 공격기 목표물과 일치해 있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했다.
이것은 전투 경험 몇 개월 만에 얻은 직감이었다. 자신이 조준경 안의 표적이 된 심정을 아는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자신은 죽은 몸이다.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으나 불과 몇 초 후에 숨을 쉬지 않는다. 몸 전체가 오감으로 웃고 웃었으나 이제는 감 자체가 없다.
생각도 없고 정신도 없다. 소대장은 자신은 그런 상태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죽음은 산 것과는 다른 것이었기에 살아서 이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다 때가 있지 않은가. 죽을 때와 살 때 말이다.
더구나 적의 공격이 아닌 아군의 공격으로 죽는다고 생각하니 더 참을 수 없었다. 빨리 위험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적어도 1분 안에 100 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뛰어가야 한다. 지정거리면서 머뭇거리는 순간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