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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다운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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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다운 삶을 위해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0.12.2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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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외과 안수경 교수

유방암은 초기 발견 시 수술 절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 시행 등을 통해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암세포가 림프절, 폐, 간, 뇌, 뼈 등에 전이된 ‘전이성 유방암’은 예후가 좋지 않고 완치가 어렵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약 2~3년으로, 초기 유방암 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존기간이 짧다. 다행히 전이성 유방암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항암화학요법에 반응이 좋은 편인데,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생존기간 연장 및 암의 진행 억제를 위해 항암치료를 거친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단순히 생존기간만 연장하는 치료가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항암치료를 하며 나타나는 구토, 전신쇠약, 탈모, 신경병증 등의 부작용으로 환자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는데, 어떤 환자는 이런 고통을 겪으며 삶을 연장하느니 치료 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이성 유방암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완치보다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 동안 얼마나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유방암학회의 진료권고안은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단일항암화학요법(이하 단일요법)’의 순차적 투여를 권장한다. 단일요법은 두 가지 이상 약제를 투약하는 병용요법과 생존기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무진행 생존기간을 늦추고 독성을 감소시킬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에 긍정적인 치료제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단일요법으로 에리불린, 안트라사이클린, 독소루비신 등이 있다. 이 중 에리불린(제품명: 할라벤)은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상대적으로 양호한 독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치료제다 . 대조군인 카페시타빈 투여군 대비 2.6개월의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했으며, 이상 반응도 약물 용량 감량 및 투약 지연 등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환자 삶의 질 유지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 중 하나로 꼽힌다. 

에리불린으로 치료와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는 환자 사례도 여럿 있다. 일례로 유방암 수술 뒤 4년이 지나 다발성 골전이 판정을 받은 60대 환자가 있었는데, 재발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곧 환자의 딸이 결혼을 하는데 결혼 준비, 상견례, 결혼식 등을 건강한 모습으로 해내고 싶다는 것이다. 환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수개월이나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항암제 중 환자들이 비교적 덜 힘들어하는 할라벤 치료를 권유했다. 에리불린은 입원 없이 2-5분의 짧은 시간 내 투약이 가능하고 독성이 적어 환자가 치료와 일상생활을 잘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고, 예상대로 환자는 치료를 잘 받으면서 딸의 결혼 준비도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연명하듯 살긴 싫습니다.” 최근 읽은 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에세이집에 나오는 구절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견디며 오래 살기보다는 하루라도 삶다운 삶을 살고 싶다 말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단일요법과 같이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과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삶다운 삶을 살며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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