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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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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학정책연구원 이은경 원장
  • 의약뉴스
  • 승인 2020.12.0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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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도입여부가 아닌 질개선이 중요하다

신종감염병은 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다. 

신종감염병은  “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서 발생하여 보건문제를 야기하는 질병”으로 정의되고 있다.(WHO)  새로운 병원체란 인류가 처음 경험해 보는 감염병으로서, 이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인구의 비율이 없거나 매우 낮은 상태를 의미하고 보건문제란 인간에게 임상적 질병을 일으키고 유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이 야기하는 보건문제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를 보고한 이후 올 가을부터 다시 2차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 전후의 삶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 판데믹이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종감염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구증가와 고령화, 도시화는 산업혁명과 농축산 혁명의 결과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생태계 교란과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산업화와 세계화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해 굴러가고 있으며 인류는 다양한(그리고 파괴된) 생태계와 접촉면을 늘리면서 현재의 번영을 영위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다양한 인류, 다양한 생태계가 접촉하면서 필연적으로 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신종감염병은 현재 주기적으로 전 세계적 범유행(Pandemic)을 보이고 있다. 수반되는 항생제 남용과 병원체의 변화는 인류를 병원체와의 진화적 군비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상은 신종감염병이 일시적 이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현 인류를 지탱해온 삶의 양태는 필연적으로 신종감염병의 발발과 대유행(pandemic)을 초래한다. 병원체의 빠른 주기 진화경쟁으로 인해 감염병의 완전한 정복이 아닌 공존을 전제로 한 적응만이 가능하다. 인류는 적응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신종감염병 시대, 보건의료시스템 역시 크게 변화해야 한다.

신종감염병의 치료와 관리,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기존 보건의료 시스템이 다뤄왔던 주요 과제는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보건의료상의 주요 이슈는 급성 질환의 적극적 치료와 만성질환의 효율적 관리, 이를 위한 의료시스템의 효율적 운영, 일차보건의료의 강화 등이었다. 하지만 신종감염병의 상시적 발생을 염두에 둔다면 의료인력과 시설, 자원의 배치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 인구구조에 기반한 기존 자원 배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새로운 보건의료질서 구축에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의료진 감염과 의료기관내 감염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진 감염 비중이 약 10~20%에 이르는 것으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추정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4월 기준 전체 감염자(22만 3759명) 중 의료진이 약 3만 7103명으로 16.6%, 이탈리아는 비슷한 시기 전체 감염자(18만 1228명) 중 약 1만 8000여명인 약 10% 의료진이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내에서의 감염도 문제가 된다. 메르스사태에서 감염이 확산되어 나간 곳은 병원이었고, 현재도 주요 감염원 중 하나로 요양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진, 의료기관내 감염은 필수적인 의료공급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은 필요한 의료이용도 삼가게 된다. 대규모 병상을 유지한 대형병원이 많은 한국에서 병원내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 폐쇄되어야 하고 이는 의료공급 차질로 이어진다. 

일차의료기관의 셧다운은 취약계층의 건강관리에 위협이 된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은 코로나19에 취약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인한 의료기관 이용을 더욱 꺼리게 된다. 심평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환자수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9.3%, 진료건수는 1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진료건수는 약 13.56%, 의원은 약 12.29% 감소하여 대형, 종합병원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의 진료가 더 줄어들었다. 커뮤니티케어 사업 등 지역사회 돌봄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일차의료 이용감소가 더 두드러진다는 것을 보여주며, 해외 각국에서 일차의료분야 비대면 진료 확산을 지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증질환의 비대면진료는 전 지구적 옵션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3월 미국 정부는 Medicare에서 모든 가입자가 원격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에서 원격 진료는 외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일부 짧은 검진을 위해 이용할 수 있었던 옵션이었으나, 코로나19 기간동안 환자거주지역내 면허가 없는 의사라 하더라도 거주지에 국한되지 않고 메디케어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그 결과 9월 기준으로 미국 원격의료 이용률이 코로나19 이전보다 4300%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3월 초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 NHS에서도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서 일차병원의 진료를 가능하면 모두 원격으로 할 것을 권유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2월 이후부터 원격의료 중 온라인 진료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한국 정부 여기 전화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80%에 해당되는 인구가 자가 격리를 하고 있고, 의료진과 검사장비의 부족, 제한적 방역활동 등으로 감염경로 추적, 역학조사 뿐 아니라 가족 감염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적극적으로 진료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대면 진료 도입여부가 아니라 질관리이다.

한국에서의 원격의료는 매우 복잡한 정치적 이슈의 한복판에 있다. 과도하게 의료가 상업화되어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산업발달, 미래 먹거리라는 경제적 차원에서만 검토되었다. 반면, 교육과 서비스 영역에서의 비대면 기술의 활용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중고 대학 등 젊은 인구대상만이 아니라 화상회의, 직업 연관 교육 등 삶의 전 분야에서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차의료에서의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고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감염병과의 공존에서 가장 필수적 대응으로 지적되는 것은 언택트, 비대면 삶의 확산이며 한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고 혼잡한 공간 중 하나인 의료기관의 집중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분명,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대면서비스를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과정 중 상당수는 비대면으로 보완할 수 있으며, 대면서비스와의 질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디바이스를 비롯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술영역에서는 매우 빠르게 언택트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한 비대면 헬스케어가 확대되도록 의료 시스템이 유연하게 변해야하며, Telehealth의 범위를 단순히 전화와 화상 진료를 넘어서 원격 환자 모니터링, 챗봇, 인공지능 스피커, 웨어러블 등의 전반적인 비대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글 :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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