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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이 아니고 익은 밤이 아내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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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이 아니고 익은 밤이 아내로 떨어졌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2.04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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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고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 것은 밤송이였다. 수류탄이 아니고 익은 밤이 발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밤은 없고 대신 군화 한쪽이 눈에 띄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몸을 공처럼 말았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두 손을 앞으로 가져와 눈과 코와 귀를 막았다. 모든 것은 끝났다. 이제 그가 알았던 세상은 없었다.

벌판에 그가 누워있었다. 누워서 파란 하늘 위로 지나가는 하얀 구름을 보았다. 그런데 누워있는 것은 온전한 몸이 아니었다. 머리는 저쪽에 있었고 팔과 다리는 몸통에서 떨어져 있었다.

소대장은 이러고도 살아 있다니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다른 것은 없었다. 자신의 몸뚱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것들이 서로 다가와서 애초 하나였던 것처럼 다시 뭉쳐지는 것을 보았다. 다리와 팔과 몸이 붙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머리는 좀처럼 어깨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머리는 움직이지 않았고 몸통도 머리 쪽으로 이동하지 않아 몸과 머리만 따로 놀았다. 그는 몸이 아닌 머리로 생각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내 머리는 언제 몸통과 합쳐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머리와 몸통이 붙어 다니지 않아도 나쁠게 없었다. 그동안 얼마나 싸웠나. 서로 미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머리와 몸통은 늘 따라 다녔다. 하지만 떨어져 있고 보니 그런다고 해서 나빠질 것이 없었다.

소대장은 몸통을 보면서 저런 몸을 내가 달고 다녔다니 얼마나 귀찮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몸통은 몸통 나름대로 볼품없는 머리는 없어도 그만이었다.

죽었다는 느낌도 살아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여기 저기서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려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슬프거나 두렵거나 고통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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