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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4 16:26 (수)
직접 체험해본 ‘닥터NOW’ 편리함 뒤에 가려진 허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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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해본 ‘닥터NOW’ 편리함 뒤에 가려진 허술함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0.11.24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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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ㆍ배달 서비스로 편의성 확보...
▲ 약사사회의 반대로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던 ‘배달약국’이 2개월 만에 ‘닥터NOW’로 이름을 바꿔 조제약 배달 서비스를 재개했다.
▲ 약사사회의 반대로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던 ‘배달약국’이 2개월 만에 ‘닥터NOW’로 이름을 바꿔 조제약 배달 서비스를 재개했다.

약사사회의 반대로 지난 9월 영업을 종료했던 ‘배달약국’이 2개월 만에 ‘닥터NOW’로 이름을 바꿔 조제약 배달 서비스를 재개했다.

닥터NOW는 ‘전화상담ㆍ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보건복지부 공고 2020-177호)’을 법적 근거로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이용자에게 픽업서비스와 배달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약사회는 이러한 닥터NOW의 사업 재개에 약사법 위반으로 인한 처벌 위험을 강조하며 업체와의 제휴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닥터NOW의 재등장에 일선 약사들이 "자칫하면 약국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약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자는 직접 닥터NOW 어플리케이션을 체험해봤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서비스 이용은 간단하다.

메인화면에는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피부과, 신경과, 외과, 비뇨의학과 등 다양한 분류가 표시돼 있으며, 이용자가 원하는 과를 누르면 해당하는 병의원 리스트가 등장한다.

그중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는 A가정의학과에 ‘전화로 진료 요청’ 버튼을 누르자 해당 의원의 전화번호가 떴다.

번호로 전화하자 A의원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전화를 받고 진료를 원하는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묻고 진료 접수를 도왔다.

진료 접수를 마친 뒤 5분 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첫 통화를 종료했다. 이후 A의원의 의사가 직접 전화를 통해 진료를 시작했다.

전화로 목이 붓고, 약간의 인후통이 있다고 증상을 설명하자 의사는 열의 유무, 콧물과 가래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증상을 모두 들은 의사는 “직접 진료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며 “세균에 감염돼 목의 붓기가 있는 것일 수 있으니 일단 감기약과 더불어 항생제도 함께 처방하겠다”고 전했다.

그 후 약 1분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총 3분 동안의 전화로 진료를 마무리했으며, 이후 결제를 통해 수납을 완료하면 의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배송된 조제약은 '배달약국'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케이스에 이중 포장된 상태로 도착했다.
▲ 배송된 조제약은 '배달약국'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케이스에 이중 포장된 상태로 도착했다.

처방전이 발행되면 이용자가 지정한 위치를 기반으로 근처 약국에서 픽업서비스를 이용할 것인지, 제휴약국에서 배달 서비스를 통해 조제약을 받을 것인지 정할 수 있다.

제휴약국인 B 약국에서 배달을 신청하자 곧이어 약국에서 전화가 왔고, 해당 약국의 약사가 직접 전화를 통해 복약지도를 진행했으며, 10분 후 배달원을 통해 약이 배송됐다.

서비스는 몇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허술한 본인 확인 과정이다.

닥터NOW는 서비스 가입과정, 의료기관 진료접수, 배송된 조제약 수령과정에서 제대로 된 본인 확인 절차가 없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추가 인증절차 없이 주민등록번호만으로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할 수 있었고, 진료 과정에서의 본인 확인도 허술했으며,  배달원은 수령자에게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실제 진료와 처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의ㆍ약사가 맞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플리케이션에서 진료를 받았던 A 의원과 약을 조제한 B 약국의 정보가 나왔지만, 기자와 전화통화한 대상이 약사와 의사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지나치게 간소화된 서비스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의 경우 가벼운 목감기 증상을 호소해 항생제 등을 처방받았지만, 다른 이용자의 이용 후기에 따르면 졸피뎀 성분의 스틸록스도 전화만으로 간단하게 처방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위험성이 있는 수면제까지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추후 이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기자가 직접 이용해본 결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진료부터 조제약 배송 서비스는 매우 편리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진료를 받아 그 자리에서 약까지 수령할 수 있다는 것은 닥터NOW 서비스의 매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실한 본인 확인 절차, 불확실한 정보 확인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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