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18:17 (목)
분대장은 소대장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느꼈다
상태바
분대장은 소대장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느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1.23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대장은 분대장들에게 자신이 단독으로 올라가서 적진을 살피고 오겠다고 말한 후 아주 천천히 그러나 은밀하게 위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경사진 고지를 기다시피 올라가고 있었으므로 속도는 매우 느렸다. 계속 보고 있으면 느려 터져서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으나 손톱을 물어뜯거나 지갑 속의 사진을 보다가 다시 보면 소대장의 모습은 그 자리에 없었다.

소대장은 놓친 1분대장은 눈을 사방으로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움직이지 않고 적의 동태를 살피는 소대장 등허리의 솟아오른 부분을 관찰 할 수 있었다.

분대장은 소대장이 매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의 단독 작전 여부에 따라 일몰 중 고지 점령이 완수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대장은 신중에 신중을 더했고 그러다 보니 전진하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누가 뒤에서 보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되레 보고 있어서 빨리 서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소대장은 뒤는 신경쓰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이때 양측은 서로 총쏘기를 멈추고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 올라오는 적들이 진격을 멈추고 몸을 숨겼으므로 위에서 기다리는 적들 역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공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위에서 지키는 적들은 수시로 하늘을 쳐다봤다. 아래를 보다가도 어느새 위로 고개가 올라가는 것은 비행기의 공습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들은 소총수들이 올라오는 것보다 공중에서 비행기가 쏟아붓는 폭격을 더 무서워했다. 그것은 고도를 깎을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그것이 굉음을 내고 지나간 자리는 움푹 패였고 패인 그곳에는 여러 곳으로 흩어진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원래 하나였다가 여기저기 나누어져 있는 팔과 다리와 머리와 몸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비행기를 저주하면서 그들은 이번에는 아래서 올라오는 적들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급히 눈을 아래로 돌렸다.

깃발을 꼽는 것은 비행기가 아닌 병사들이었기에 그들은 이미 걸어 놓은 고지의 깃발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했다.

그것이 설사 소용없는 짓이라 해도 그들은 그런 행위를 통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자신을 느꼈다. 숨을 통해서가 아니라 말로써 그들은 나는 살아 있다고 외쳤다.

그들이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전전하고 있던 소대장은 목표점에 도달했다. 그 지점은 달리 정한 것이 없었으나 적들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적들은 산개해 있었다. 몰려 있으면 몰살될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기저기 삼삼오오 흩어져 있었다. 현명하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이었다.

소대장은 순간적으로 적들의 포진 상태를 확인했다. 소대장 분대가 오르려고 하는 곳에 한 개의 기관총이 있었고 다른 세 곳에 각각 한 정이 배치돼 있었다.

소대장은 내려가려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혹 자신이 놓친 것이 없는지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물론 몸은 고정한 채 눈알만 굴리는 것이었으나 몸 전체가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져 그마저도 중단했다.

그때 적의 눈 하나가 이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소대장은 들켰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먼저 사격하지는 않았다. 잠시 아니 찰라의 시간이 흘렀고 이쪽으로 눈을 돌렸던 적은 다시 원래 보았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소대장은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