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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은 일몰전에 작전을 끝내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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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은 일몰전에 작전을 끝내라고 지시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1.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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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올지 모를 적을 기다리는 적의 심정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죽고 사는 것은 피차 매일반이었다.

그러나 방어하는 자들은 꼭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불안감이 더했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적들은 적군이 얼마나 많은지 어떤 무기로 공격할 것인지 알지 못해 공포에 질려 있었다. 지금 오고 있는 병사들이 어저께 죽지 않고 살아남은 병사들의 일부분인지 그렇다면 그들은 매우 센 자들이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적들이 이렇게 떨고 있을 때 우리도 마찬가지로 몸을 떨었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차라리 전진하는 것이 나았다.

어떤 병사는 총구를 하늘로 향하고 있었는데 총신의 끝이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끝에는 예리하게 간 대검이 살짝 빛을 발했다.

고지에서는 어차피 백병전을 피할 수 없다. 그때를 대비해 갈아 두었던 대검이 들어가고 싶은 어떤 몸의 위치를 가늠해 보려는지 떨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치 영점을 잡으려는 듯이 조금씩 좌우로 움직였는데 그럴 때마다 빛의 일부가 붉은 피로 물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몸은 멈추지 않고 계속 떨렸고 몸이 떨면서 손이 떨었고 손이 떨면서 총신의 끝에 달린 대검도 같이 떨었다.

얼마나 많은 적이 오는지 알지 못하는 적들과 고지에 적이 얼마나 은신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우리는 서로 떨면서 어떤 결정적 기회가 오기만을 서로 기다렸다.

문제는 기관총이었다. 소총이야 어떻게 해 본다고 해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기관총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적들이 가지고 있는 기관총이 몇 정이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들도 우리의 엠 60이 몇 정이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서로 알지 못했으므로 적과 적의 적들은 몹시 흥분한 상태에서 숨죽이면서 시간을 흘려 보냈다. 먼저 달려드는 자들이 급한 쪽이었다.

고지를 차지해야 하는 소대장은 적들이 먼저 작전을 걸지 않을 것을 알았다. 성급하게 굴다가 되레 손해라는 것을 적들이 알고 기다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다리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무모했다. 그러나 다른 대책이 없었다. 중대장은 소강상태에서 상부의 명령을 하달했다. 일몰 전에 작전을 끝내라는 지시였다.

산의 뒤쪽이라 해는 비치지 않고 어둠이 내려오고 시작했다. 더 기다릴 수 없는 절박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다가갔다. 혼자서 고지의 상황을 알아보고 오겠다고 일시 공격을 삼십 분만 늦춰 달라고 요구했다.

기관총이 어디를 향하고 있고 적의 숫자가 어느 정도 인지 확인하면 승산이 있다는 말에 중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 딱 30분에 돌아오지 않으면 무조건 공격한다는 말로 소대장의 작전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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