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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12-04 02:25 (금)
355. 카지노(1995)- 한때는 나도 그런 사랑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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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카지노(1995)- 한때는 나도 그런 사랑 믿었다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11.1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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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서는 사막을 가로질러야 한다. 모하비 사막은 크고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사막 곳곳이 곡괭이 질로 파헤쳐지고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했다. 당연히 구덩이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말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카지노>를 보면서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알게 된 사실에 모골이 송연해 진다.

삽에 있던 흙이 얼굴로 떨어질 때 그들은 아직 살아 있었다. 삽질하는 자들에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에이스(로버트 드니로)와 그의 오랜 고향 친구 니키(조 페시)는 그러지 못한다. 그러기는커녕 서부 개척지처럼 여기면서 마구 총질을 해댄다.

왜냐고 묻지 말라, 그들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다. 천성이 그런데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카지노, 마약, 마권, 포주 장사 등 온갖 추악한 짓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돈이 실로 엄청나다.

한번 발을 들여놓기가 어렵지 그렇게 한다면 제 발로 빠져나올 수는 없다. 머리가 사막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들의 삶은 이어진다. 그때서야 그들이 일으킨 문제들도 구덩이 속으로 함께 사라진다.

환락이 있는 곳에는 성이 있다. 숱한 여자들 가운데 하필 에이스는 진저를 고른다( 이 역은 애초 마돈나에게 가려고 했으나 샤론 스톤이 연기했다).

척 봐도 위험한 여자를 그가 왜 선택했는지도 묻어서는 안 된다. 남녀 관계란 그런 것이다. 여기서 그의 독백을 한번 들어 보자.

“누굴 사랑한다면 믿어야 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게 어디 사랑인가.”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다음 말이 죽인다.

“나도 한때는 그런 사랑을 믿었다.”

과거형으로 쓴 것이니 관객들은 어떤 의미인지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다.

나에게 절대 존재였던 위험한 여자를 선택한 대가는 혹독하다.

에이스가 봤을 때 아무런 가치 없는 건달을 왜 진저는 그토록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다.

모든 일에 완벽한데 거들떠보지 않아도 될 양아치에게 돈을 바친다. 맷돌을 가는데 어처구니가 없는 꼴이다. 영화 장치상 그렇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 에이스는 진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런데 진저는 그러지 못하고 옛 애인에 얽매여 있다. 그런가 하면 해서는 안될 남편의 친구를 유혹한다. 이러고도 갱의 세계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치명적인 사랑뒤에는 치명적인 일이 늘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 에이스는 진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런데 진저는 그러지 못하고 옛 애인에 얽매여 있다. 그런가 하면 해서는 안될 남편의 친구를 유혹한다. 이러고도 갱의 세계에서 살아날 수 있을까. 치명적인 사랑뒤에는 치명적인 일이 늘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현실 속의 진저라면 한 낫 포주 주제인 날건달 때문에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에이스를 배신할 수 없다.

어쨌든 에이스와 진저는 위험한 사랑을 이어간다. 결혼도 한다. 아이도 생긴다. 그러는 사이 카지노 사업은 번성하고 에이스와 니키는 고향 친구답게 우정을 오래 간직한다.

그러나 그 우정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니다. 매일 살인과 강도 등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우정은 개나 줘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둘은 갈라서고 만다.

진저는 후원자가 되 달라며 니키를 유혹해 그와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안 에이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어찌하랴, 죽일 수는 없다.

여전히 에이스는 진저를 사랑하고 그들 사이에는 쑥쑥 커가는 어린 딸도 있다. 보석에 마약에 술에 다른 남자에게 흥청망청 인심을 쓰는 진저를 이제는 떼어내야 한다.

그런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과연 그 과정은 온전할까, 에이스는 자동차 폭발 사고를 이겨내고 영화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살아서 카지노를 어슬렁거릴까.

시도 때도 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총질을 하고 칼질을 하는 니키는 그 많은 돈을 다 쓰고 평화롭게 죽었을까.

죽을 때 우아하게 유언도 남기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악당 중의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한 순간 반전시킬까. 진저는 마약과 술에서 벗어나 시체로 발견되지 않고 날건달과 장쾌한 여행을 떠났을까.

압도적인 ‘화면 빨’과 진저의 관능적인 아름다움, 긴장이 풀릴 만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한 살인의 연속. 세 시간 동안 눈을 떼지 말라는 감독의 경고다.

인간의 정이라고는 일도 없는 거친 영화지만 보고 나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든가 혹은 낭자한 선혈이 눈에 어른거리지 않는 것은 참혹함 뒤에는 언제나 흥겨운 음악과 우아한 워킹과 화려한 조명이 받쳐 주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지

출연: 로버트 드니로, 샤론스톤

평점:

: 보다 보면 사전 정보가 없어도 감독이 누군지 짐작 할 수 있는 작품이다.

90년에 나온 <좋은 친구들>과 쌍둥이 형제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 코너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좋은 친구들>의 출연진이 여기에서 역전의 용사처럼 다시 모였다.

그들은 거기에서 한 것처럼 여기에서도 무모하게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자들은 그들에게 찍힌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덩치는 상관없이 땅콩만 한 조 페시는 누구에게나 덤벼들었다. 그가 덤벼들면 살아서 돌아가는 자는 없었다.

상대가 주먹을 휘두르면 방망이로 쳤고 칼을 휘두르면 총을 들었다( 고교 시절 그와 비슷한 반 친구가 있었다. 조 페시처럼 작았으나 다부졌고 인상은 날카로웠다. 대학로를 지나다 자기보다 배는 큰 녀석의 목을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삥’을 뜯었다. 그 힘과 깡다구를 그는 친구를 괴롭히는데 쓰지 않았다. 그가 살아 있다면 지금 내 나이인 50 후반일 것이다.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기를 바란다).

문득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진다. 에이스의 독백( 그는 화면에서 수 없는 독백을 내뱉는다. 말은 없어도 표정 연기는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분노를 속으로 삭이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에 따르면 그곳은 거대 기업에 접수했다.

그리고 마치 디즈니랜드처럼 운영되고 있다. 아마도 이 독백은 의문부호를 찍기보다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1970년대 돈을 받고 꿈을 팔면서 죄를 씻겨 주는 세차장 라스베이거스 무대를 장악한 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병자의 병을 낫게 하는 기적의 성지는 오늘도 잘만 돌아가고 있다. 정치인, 유력자들과 한통속으로 엮인 그들의 현란한 술수가 현실은 여기 있고 이상은 저 멀리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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