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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5-27 12:06 (월)
어린 시절 밀양의 한 절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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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밀양의 한 절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0.11.05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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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른다. 그 자신도 모르는 일을 다른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소설속이야기라고 함부로 쓸 수 없다. 어떤 영화 감독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 속은 모르는 법이니 우리는 여기서 소대장의 변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그가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그가 변한 마음의 갈피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궁금해도 참자.

생과 사가 경각에 달려 있는데 그런 사소한 일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

지금 총알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빗발치듯 쏟아지고 있다. 마치 폭풍이 불면서 세찬 바람이 하늘이 아닌 땅에서도 내리는 것 같은 형국이다.

미친 바람이 거기에 가세하면 옆구리에서도 비가 내린다. 총알은 그런 상태로 백마고지를 마구 휘젓고 다녔다.

직선이었다가 어떤 때는 곡선으로 포물선을 그리기도 했다. 예리한 각도를 보이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처럼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니 바위뒤나 나무를 엄폐물로 삼았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소대장은 대원들을 끌어내서 앞으로 진격 시켰다.

분대장이 나서면서 몸을 잔뜩 아래로 숙였다. 그래, 저런 폼이야! 좀더 자세를 낮춰야 해. 거의 포복 할 정도라면 총알을 피할 수 있을 거야.

소대장은 혼자 지껄였다.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고 해도 듣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소대장은 계속해서 그래 몸을 낮춰야지, 좀 더 그래,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용케도 여기까지 살아 왔다. 중대장이 공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급하게 그는 앞서가는 대원들을 제자리에 멈춰 세웠다. 그순간 자신도 흙과 하나가 됐다.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자 냄새가 내 몸이 지금 흙을 비비고 있다고 말해준다. 흙 냄새는 언제나 좋다.

마른 대지에 큰 비가 오기 전에 미리 툭, 툭 가볍게 어깨를 치듯이 소리를 내며 내리는 비는 제일 처음으로 이런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잠시 후에 친구들을 때로 몰고 와서 아예 진창을 만들어 버린다. 맑은 하늘이 흐려진다 싶었는데 어느 새 비가 내리고 고랑에 빗물이 고여 흐른다.

흐르는 물은 땅을 가르며 아래로 흐른다. 총알처럼 위로 가는 일이 없이 아래로만 가는 물을 바라보며 소대장은 어릴 적 밀양의 한 절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은 향숙의 외가 였는데 숙부는 향숙을 홀로 보내기가 염려 됐는지 그 보다 한 살 위인 소대장을 딸려 보냈다.

하루 자고 오는 일정이라 쉽지 않았으나 어쩐 일인지 그렇게 됐고 그들은 다음날 오전에 표충사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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