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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12-04 19:01 (금)
353. 사이드웨이(2004)-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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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사이드웨이(2004)-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0.10.2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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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금지된 욕망의 하나일 줄이야, 세상에 그 누가 예상이나 했는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자고 일어나면 일어나는 흔한 일이 현대의 일상이라고는 하나 코로나 19 같은 바이러스가 나타날 줄은 꿈엔들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이 인류에게 오고 나서 벌써 일 년이 지났으나 그 스스로 지겨워서 스스로 가버렸다거나 재미있어 버티는 것을 퇴치할 수 있는 신약이 나왔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가운에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배가 되고 있다는 소식만 무성하다. 다른 것도 안타깝지만 특히 여행의 금지는 영혼의 정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아픔으로 다가온다.

자주 하지는 못하나 마음만은 직업 여행가 못지않은 나로서는 그들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런 가운데 맥주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한 젊은 가이드가 뇌리에서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도 직업을 잃었을까, 아니면 더 나은 직업을 택했을까, 그도 아니면 긴 휴직에 들어갔을까. 거품이 이는 맥주잔을 앞에 놓고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흐뭇했던 그 젊은 가이드의 앞날에 축복 있기를( 참고로 그는 포도주에도 엄청난 호기심을 보였다. 그가 지금쯤 포도주 마니아 됐기를 기대해 본다).

장황하게 금지된 욕망이 돼버린 여행을 말한 것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가 여행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조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중년의 두 남자가 캘리포니아로 차를 몰고 떠난다.

마일즈( 폴 지아미티)는 이혼의 아픔을 딛고 그가 좋아하는 와인 시음을 하면서 시름을 달랠 기회로 삼고자 한다. 거기에 넘긴 원고가 출판업자로부터 출간한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런 상황이니 그 기분, 얼마나 홀가분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른 남자 잭( 토마스 헤이든 처치)은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 총각 파티에 관심이 많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결혼할 여자뿐만이 아니다. 속된 말로 치마만 둘렀다면 모두가 사랑의 대상이다.

한 남자는 포도주에 다른 한 남자는 여자 사냥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두 남자의 로드 무비는 과연 흥미를 끌만 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이다.

마일즈의 해박한 와인 예찬과 물불 가리지 않고 여자와 잠자리를 하려는 잭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화면 가득 채울 때면 포도주 생각이 간절해 진다.

여행이 금지된 지금 마치 중세 시대로 시계를 돌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들이 마스크도 없이 자유자재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떠들고 술 마시는 장면이 그로테스크까지 하다.

잔잔하면서도 웃기고 웃기면서도 슬픈 영화는 마지막에 작은 희망의 씨앗을 뿌린다. 출판이 거절된 마일즈의 책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자 마야 때문이다.

음식점 웨이트리스인 마야는 그 역시 이혼녀의 아픔을 아는지라 선뜻 다가서지 못하지만 마일즈의 순수한 마음에 이끌린다. 그녀는 그의 책에 감동을 받았고 마일즈는 그녀의 집 문 앞에서 서성인다.

잭은 무사히 결혼식을 올린다.

▲ 두 남자가 포도주 여행을 떠났다. 마스크 없이 마시고 웃고  떠드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 두 남자가 포도주 여행을 떠났다. 마스크 없이 마시고 웃고 떠드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그가 잠자리를 위해 사랑했던 일회용 여자의 무자비한 구타 흔적을 얼굴에 남겼으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그가 자동차 사고 때문으로 안다 (그 전에 지갑을 찾기 위해 마일즈가 보인 행동은 우정의 값어치로는 따질 수 없는 것이다. 적지로 과감히 들어간 그가 보고 들은 장면은 여기 옮길 수 없을 만큼 웃음을 자아낸다. 결국 결혼반지가 들어간 지갑은 마일즈의 손에서 잭의 손으로 넘어가고 그를 잡으려는 일회용 여자의 남편이 벌거벗은 몸으로 덜렁거리면서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이로써 모든 것은 완벽하게 정리됐다).

갈등이 해소됐으니 영화는 더 나아가지 않고 끝난다.

코로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와인 여행 같은 호사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무작정 걷는 길을 한없이 가보고 싶다.

산소가 부족해 거친 호흡이 필요한 눈 덮힌 높은 산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마일즈 같은 친구, 와인 애호가와 함께라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랴. 문학, 영화, 와인은 이해하면서 내 성욕은 왜 이해 못하느냐고 따지는 여자 사냥꾼이라면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고 그 이유는 그것보다 더 관심 있는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곁눈질하고 옆길로 새기보다는 눈 똑바로 뜨고 대로를 당당히 걷고 싶은 것은 금지된 것이 풀리기를 간절히 기원하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토마스 헤이든 처치

평점:

: 포도주를 먹는데 기본 같은 것이 있을까. 있다면 이런 것일까. 일단 포도주 잔을 준비한다. 그런 다음 잔을 든다. 잔 안에는 포도주가 들어 있다. 기왕이면 습도와 열에 아주 민감한 ‘피노’라면 금상첨화다.

잔을 들고 빛에 비추어 본다. 이것은 와인의 색깔과 투명도를 살피기 위한 것이다. 그런 다음 잔을 기울여 입구 주변의 색 농도를 관찰한다. 양조 시기를 알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다음 코를 잔 깊숙이 들이밀고 냄새를 맡는다. 감귤, 딸기 약간, 패션 후르츠도 미약하게 있으며 아스파라거스 약간에 희미한 치즈 향이 섞여 있다고 한마디 툭 던진다.

그런 다음 잔을 내려놓고 흔들어 준다. 산소가 들어가면 맛과 향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마시는 일만 남았다. 석양이 붉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면 더 좋다.

숱한 포도주 이름과 그것이 갖는 풍미의 묘사는 나도 저런 포도주 먹고 저런 맛이 나는지 진짜로 확인하고 싶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여기 피노가 유명한 것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포도알을 식혀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여기에 앉아 이런 되지도 않은 말을 지껄이는 날이 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

61년산 슈발 블랑을 앞에 놓고 특별한 날에 따는 것이 아니라 따는 날이 특별한 날이라는 말을 덧붙이면 꽤 괜찮은 대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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